날이 슬슬 더워지면서 바퀴벌레 자주 보이기 시작하는 시기죠. 저도 예전에 원룸 살 때 한 번 제대로 당해보고 나서 생각이 완전히 바뀌었어요. 그 전에는 "나오면 잡으면 되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더라고요. 한 마리 보이면 이미 집 안 어딘가에 최소 수십 마리는 있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닌 셈이죠.
제 경험으로는 예방이 진짜 90%는 먹고 들어가는 것 같아요. 일단 바퀴가 좋아하는 환경을 없애주는 게 가장 기본인데, 구체적으로 몇 가지 단계로 나눠서 관리하고 있어요.
-
음식물 관련: 주방에서 음식물 찌꺼기나 기름때가 조금이라도 남아있으면 바퀴 입장에서는 뷔페나 마찬가지더라고요. 저는 저녁마다 가스레인지 주변이랑 싱크대 배수구 주변을 중성세제로 반드시 닦아요. 특히 싱크대 아래쪽 배수관 연결부위가 생각보다 음식물 찌꺼기가 많이 끼는 곳인데, 한 달에 한 번 정도는 분해해서 뜨거운 물로 세척해주는 게 좋더라고요. 설거지할 때 나오는 작은 찌꺼기들이 거기 쌓이면서 바퀴 유충이 자라기 딱 좋은 환경이 만들어져요.
-
배수구 관리: 이거 은근 놓치기 쉬운데, 바퀴벌레가 올라오는 주요 경로 중 하나가 배수구라고 하더라고요. 저는 화장실이랑 베란다 배수구에 스테인리스 재질의 미세망 트랩을 설치했어요. 1mm 이하 크기 망이면 성충은 못 올라오고, 유충도 대부분 걸러지는 것 같아요. 가격도 개당 2~3천 원 정도로 부담 없고요. 대신 이 망도 일주일에 한 번은 뜯어서 안쪽에 낀 머리카락이랑 비누 찌꺼기 청소해줘야 해요. 안 그러면 물이 역류해서 더 문제가 생기더라고요 ㅎㅎ
-
틈새 막기: 바퀴벌레는 자기 몸 두께의 1/3 정도까지 납작해질 수 있다고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문틈이나 창틀에 1
2mm만 벌어져도 충분히 들어올 수 있는 거죠. 현관문 아래쪽 틈새는 모헤어나 실리콘 재질의 문틈막이로 막아주고, 베란다 창문 방충망도 가을에 한 번씩 구멍 난 데 없는지 확인해요. 아파트는 특히 쓰레기 분리수거장이 있는 1층이나 지하에서 올라오는 경우가 많다고 해서, 저는 현관문 바깥쪽 신발장 주변에 분필형 약제를 34개월에 한 번씩 그려두고 있어요. 분필형이 독성이 상대적으로 약해서 사람이나 반려동물 있는 집에서 쓰기 좀 낫더라고요. -
습도 관리: 바퀴는 건조한 환경을 싫어한다고 해요. 물 없으면 며칠 못 버티는 종도 있다고 들었어요. 그래서 저는 주방이랑 욕실 환기를 진짜 철저하게 해요. 샤워 후에 욕실 문 열어놓고 환풍기 최소 30분은 돌리고, 주방도 설거지 한 번 하고 나면 물기 싹 닦아내는 게 버릇이 됐어요. 제습기 하나 장만해서 주방 쪽에 틀어두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더라고요. 습도 50% 이하로 유지하면 바퀴뿐 아니라 곰팡이 예방 효과도 있어서 일석이조에요.
그리고 솔직히 말해서, 이미 번식한 상태면 개인이 퇴치하는 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 같아요. 제가 원룸에서 바퀴 나왔을 때 젤 타입 먹이제, 분무형 살충제, 연막탄까지 다 써봤는데 일시적으로 줄어드는 것처럼 보이다가도 2주 지나면 또 나오더라고요. 벽 안쪽이나 가구 뒤쪽에 알집이 있으면 약이 닿지도 않고요. 결국 그때는 전문 방역업체 불렀어요. 비용이 10만 원 정도 들었는데, 업체에서는 "예방 환경 안 바뀌면 3개월 안에 또 생긴다" 고 하면서 위에 말한 것들을 다 체크리스트로 알려주더라고요. 그 말이 정답이었던 셈이죠.
혹시 지금 당장 바퀴가 보여서 급하신 분들은, 일단 젤 타입 먹이제를 바퀴가 지나다니는 길목에 30cm 간격으로 점 찍듯이 발라두는 게 급한 불 끄기에 제일 효과적이에요. 바퀴가 먹고 돌아가서 죽으면서 다른 개체까지 감염시키는 방식이라, 일시적으로 개체 수 줄이는 데 도움은 됩니다.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임시방편이고, 결국 위에 말한 예방 습관이 병행되지 않으면 도돌이표라는 걸 꼭 말씀드리고 싶네요.
목공 DIY 하면서 작업실 창고에서 바퀴 한 번 나왔던 적 있는데, 그때 깨달은 게 "어차피 퇴치의 끝은 예방이구나" 였어요. 청소 안 하고 퇴치약만 뿌리는 건, 구멍 난 독에 물 붓는 거랑 다를 바 없는 셈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