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장마처럼 비 쏟아지던 날 베란다 나가보니 우수관 쪽에서 물이 역류하더군요. 빗물받이에 고여서 한참 안 빠지길래 아 이거 막혔구나 싶었어요. 근데 확인해 보니 생각보다 허무하게 해결되는 경우도 있더군요. 무조건 기사부터 부르기엔 출장비 아깝잖아요.
일단 제일 먼저 해볼 건 눈에 보이는 입구 부분 청소예요. 베란다 배수구 덮개 열어보면 머리카락이랑 먼지 뭉친 게 플라스틱 걸름망에 딱 붙어있는 경우가 많더군요. 이거만 제거해도 물 빠지는 속도가 확 달라져요. 전에 집에서도 이거 하나 빼냈다고 3만원 아꼈다는 생각에 혼자 뿌듯해했네요 ㅋㅋ
두 번째는 베이킹소다랑 식초 활용하는 방법이에요. 이건 완전히 막힌 것보다 물 빠지는 속도가 느려졌을 때 효과를 봤어요. 배수구에 베이킹소다 한 컵 정도 붓고, 그 위에 식초를 부으면 거품이 엄청 나면서 관 내부에 붙은 찌든 때를 어느 정도 분해해주더군요. 30분 정도 뒀다가 뜨거운 물로 헹궈내면 끝. 단, 이미 완전 막혀서 물이 전혀 안 내려가는 상태면 이 방법은 거의 통하지 않아요. 관 자체가 꽉 막힌 거라 액체 닿을 틈이 없으니까요.
세 번째는 제일 직관적인 방법인데, 막대기나 철사로 직접 밀어보기예요. 나는 두꺼운 알루미늄 옷걸이 펴서 끝을 갈고리 모양으로 구부려 썼네요. 우수관은 보통 직선 구간이 길어서 생각보다 깊숙이 들어가더군요. 저희 집 베란다 우수관은 1미터 조금 안 되는 지점에서 각도가 꺾이는 구조라 거기까지 넣어보다가 걸리는 이물질 있으면 끌어올렸어요. 나뭇잎이랑 작은 돌멩이가 뭉쳐서 나오더군요.
근데 진짜 조심해야 할 게, PVC 배관을 너무 세게 찌르면 관 연결부가 빠질 수 있다는 점이에요. 옆집 아저씨는 배관 청소한다고 쇠파이프로 막 밀어넣다가 벽 속 접합부가 분리되는 바람에 아랫집 천장에 물 새서 보상 문제까지 갔다는 얘길 들은 적 있어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힘보다는 천천히 비트는 느낌으로 작업했어요.
네 번째는 페트병 진공 활용하기인데, 이거 진짜 신기하더군요. 큰 페트병 입구 쪽을 배수구에 밀착시키고 병 본체를 갑자기 확 누르면 압력 차로 막힌 부분이 뻥 뚫리기도 해요. 완전한 뻥 뚫리는 게 아니라 부분적으로 뚫려서 물이 조금씩 내려가기 시작하면 그때부터는 세제랑 뜨거운 물로 마무리하면 돼요. 다만 손바닥 아플 각오는 해야 합니다 ㅋㅋㅋ 전 두 번 하니까 손목이 시큰거리더군요.
마지막으로 점검구 위치 확인해 보는 거예요. 베란다 외벽 아래쪽에 보면 가끔 작은 사각 뚜껑이 있는데 그게 우수관 점검구인 경우가 있더군요. 거기 열어보면 관 내부에 쌓인 침전물이 보여서 긁어내기 쉬워요. 저희 집은 이게 외부에 있어서 사다리 타고 올라가야 하길래 포기했지만, 1층이거나 접근 쉬우면 꼭 확인해 보시길.
여기까지 다 해봤는데도 물이 안 내려가거나, 혹은 아래층에서 물 새는 소리가 들리면 그냥 바로 기사 부르는 게 맞아요. 벽 속 깊은 곳에서 관 자체가 파손됐을 가능성도 있고, 아파트 전체 배수관이 문제일 수도 있으니까요. 건조기 돌릴 때 우수관으로 배수 연결해둔 집이면 보풀이 쌓여서 더 자주 막힐 수 있으니 주기적으로 한 번씩 들여다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에요. 전 이제 한 달에 한 번은 베이킹소다 붓고 있어요, 예방이 확실히 편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