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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팁

자취 식비, 막연히 아끼려다 매번 실패해서 정리한 것들

#자취#식비#살림
햇살

2026-07-04 17:34:50.29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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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취 8년차인데도 식비는 항상 제 월급의 블랙홀이었어요. 분명히 일주일에 두 번 장 보면 10만원은 우습게 넘고, 냉장고 속에는 시든 야채들이 눈물을 머금고 있질 않나... 배달 어플 한 번 열면 최소 2만원은 그냥 나가고. 이거 진짜 답이 없다 싶더라구요.

그러다가 3개월 전에 진짜 제대로 정리해보자 마음먹고, 스스로 실험을 좀 해봤어요. 디자인 일 하면서 레이아웃 짜듯이 식비 구조를 한번 디자인한 거죠. 그 중에서 효과 제대로 본 것들만 공유해 볼게요.

  • 장 볼 곳을 딱 두 군데로 줄였어요

예전에는 대형마트, 동네 마트, 인터넷, 새벽 배송... 여기저기서 조금씩 사다가 배보다 배꼽이 더 컸어요. 필요 없는 1+1에 눈 돌아가서 카트에 넣고, 결국 유통기한 때문에 버리는 경우도 엄청 많았구요.

지금은 집 앞 채소 가게랑, 일주일에 한 번 대형마트만 가요. 채소 가게는 필요한 만큼 한두 개씩 살 수 있어서 진짜 좋아요. 대파 한 단 같은 걸 괜히 마트에서 사서 반은 얼리고 그랬는데, 이젠 진짜 필요한 만큼만. 가격도 이상하게 천원 이천원 이러는데 영수증 찍어보면 거기가 제일 저렴하더라구요.

  • 레시피 기준으로 장보기 리스트를 역으로 짰어요

이게 진짜 결정적이었는데요. https://homefoodwiki.com 에서 제가 먹고 싶은 레시피를 딱 한 주치로 정해요. 저는 혼자 살아서 3~4가지 메뉴면 충분하더라구요. 예를 들면 애호박 된장찌개, 닭가슴살 샐러드, 김치볶음밥, 이렇게 세 가지.

그리고 그 레시피에 들어가는 식재료만 종이에 써서 장을 봐요. 쇠고기도 200g만 사고, 애호박 한 개만 사고. 이렇게 하니까 마트에서 방황하는 시간이 거의 사라지더라구요. 전에는 '뭘 해먹지?' 하면서 일단 카트 밀고 들어갔다가 과자며 냉동식품이며 죄다 산 것과는 천지차이.

  • 숫자로 보니까 변화가 확실했어요

정리하기 전에는 한 달 식비가 대략 60에서 70만원을 왔다갔다 했어요. 배달 시키는 날이 많고, 장보기 후 버리는 식재료들도 꽤 됐고. 커피도 하루에 두 잔씩 사 마셨고요.

지금은 식비가 평균 35만원 전후로 줄었어요. 외식은 주말에 딱 한 번, 평일에는 회사 근처에서 점심 사 먹는 것 빼고는 무조건 집에서 해결해요. 이 금액 안에는 간식이나 커피 같은 것도 다 포함된 거라서 진짜 많이 줄었구나... 하고 실감 중이에요.

  • 밀프렙은 제 성향에 안 맞는 건 거르고 내 식대로 바꿨어요

솔직히 전형적인 밀프렙, 토요일이나 일요일에 일주일치 반찬 다 만들어서 소분해두는 거 있잖아요? 저는 그게 잘 안 맞더라구요. 수요일쯤 되면 음식에서 냉장고 냄새가 나는 것 같고, 먹기 싫어지고. 그리고 저는 예민한 편이라 냉장고에 오래 둔 음식 비주얼 자체가 스트레스였어요.

그래서 제가 선택한 방법은 '재료만 손질해두기'에요. 양파는 채 썰어서 밀폐용기에, 마늘은 다져서 소분 냉동. 닭가슴살은 한 팩 사서 삶아 찢어두고요. 이렇게 해두면 요리 시간이 진짜 확 줄어요. 샐러드 만들 때 삶은 닭가슴살 톡톡 뜯어넣고, 양파랑 마늘은 거의 매일 쓰니까 바로바로 꺼내 쓰고. 체력적으로 힘든 평일 저녁에도 배달 어플 킬 일이 현저히 줄더라구요. ㅋㅋ

  • 소분하고 라벨링 안 하면 또 잊어버린다는 걸 깨달았어요

냉동실에 뭘 얼려놓고 완전히 잊어버리는 게 예전의 제 특기였거든요. 언제 냉동했는지 모르는 고기가 서너 덩이씩 튀어나오고... 그래서 지금은 냉동하는 모든 것에 마스킹 테이프 붙여서 날짜랑 이름을 꼭 써둬요. 디자인 회사에서 자재 정리할 때 배운 습관이 살림에 써먹힐 줄은 몰랐네요 ㅎㅎ 처음엔 귀찮았는데 이게 은근 재미도 있고, 냉동실 열 때마다 재고 파악이 딱 되니까 불필요한 구매를 안 하게 돼요.

한 번은 냉동실 구석에서 3주 전에 소분해둔 돼지고기 앞다리살을 발견했는데, 라벨 덕분에 자신 있게 꺼내서 제육볶음 해먹었어요. 전 같았으면 의심되니까 그냥 버렸을 거에요. 이런 사소한 것들이 진짜 돈을 아끼는 시작인 것 같아요.

솔직히 말해서, 이렇게 시스템을 만들어 놓기 전까지는 매번 작심삼일이었어요. 이번 달엔 꼭 아껴야지 하면서도, 피곤하면 배달 시키고, 마트 가면 계획에 없던 거 사고. 어떤 마법 같은 비법이 있다기보다는 그냥 제 소비 패턴을 인정하고 거기에 맞춰서 레시피와 장보기를 강제로 엮은 게 통했던 것 같아요.

아 그리고 이건 덤인데, 이렇게 하니까 요리 실력이 조금씩 느는 게 느껴져서 그것도 나름의 재미에요. 예전에는 레시피 보면서도 '아 이 재료 없는데... 대충 때우자' 했는데, 지금은 딱 갖춰진 재료로 정석대로 하니까 실패할 확률이 줄더라구요.

혹시라도 식비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 계시면, 진짜 별거 아닌 것 같아도 '일주일 레시피 정하기'부터 한번 시작해보시라고 권하고 싶어요. 저처럼 밀프렙이 체질에 안 맞아서 스트레스 받았던 분들은, 재료 손질까지만 해두는 방법도 꽤 괜찮을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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