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전자레인지 청소를 하다가 문득 깨달은 점이 있어서 공유해 봅니다. 그동안은 시중에 파는 전자레인지 전용 세정제를 뿌리고, 수세미로 있는 힘껏 문지르는 식으로 닦았습니다. 그런데도 모서리 쪽에 눌어붙은 기름때는 좀처럼 나가지 않더군요. 특히 턴테이블 가장자리 고무 패킹 사이에 낀 찌든때는 정말 고역이었습니다.
이번에는 방법을 살짝 바꿔봤습니다. 먼저 전자레인지용 내열 유리 그릇에 물을 300 ml 정도 받아서 5분간 강으로 가열했습니다. 시간은 제 전자레인지가 1000 W 기준이라, 700 W 제품이면 7분 정도로 늘리는 게 맞겠습니다. 여기서 중요한 건 물이 팔팔 끓으면서 발생한 수증기가 내부 전체에 골고루 퍼지도록, 가열 직후에 문을 바로 열지 않고 3분쯤 더 두는 겁니다. 이 3분이라는 시간은 제조사 매뉴얼에서 권장하는 건 아니고, 제 경험상 수증기가 응결되면서 찌든때 층을 불리기에 충분한 시간이었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확실히 내부 벽면이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특히 기름이 튀어서 딱딱하게 굳었던 부분이 말랑말랑해진 게 손으로 만져도 느껴졌습니다. 이때 마른 행주로 닦으니, 평소라면 세제를 묻혀서 몇 번을 문질러야 떨어질 얼룩이 정말 쉽게 닦여 나갔습니다. 세정제를 전혀 쓰지 않은 건 아닙니다. 수증기로 불린 후에 중성 세제를 살짝 묻힌 스펀지로 한 번 더 닦았는데, 평소 대비 세제 사용량은 체감상 3분의 1 이하로 줄었습니다. 마무리는 물기를 충분히 짠 행주로 두세 번 닦아서 세제 잔여분을 제거했습니다.
여기서 한 가지 주의하실 점은, 턴테이블 롤러 링이나 구동축 부분까지 물이 스며들지 않도록 하는 겁니다. 수증기가 전체적으로 퍼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물그릇을 중앙에 놓고 가열했을 때 롤러 링 아래쪽으로 흘러내릴 정도의 물은 고이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청소 후에는 턴테이블을 분리해서 롤러 링 홈까지 마른 수건으로 완전히 닦아주는 게 좋습니다. 저는 예전에 이 부분을 소홀히 해서 롤러 링 베어링에 미세한 녹이 생겼던 적이 있습니다. 부품 교체에 2만 원 정도 들었던 기억이 나네요.
결론적으로 말씀드리면, 전자레인지 찌든때 제거의 80%는 수증기 불림으로 끝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물론 몇 달간 방치해서 아예 탄화 직전까지 간 얼룩은 추가로 베이킹소다를 반죽해서 문질러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 극단적 사례가 아니라면, 굳이 강력한 화학 세정제를 쓸 필요 없이 뜨거운 물과 약간의 인내심만으로 충분히 제거 가능하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