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집은 주말마다 삼겹살이나 목살 구워 먹는 걸 거의 루틴처럼 해요. 그런데 항상 먹는 것보다 설거지가 큰일이었거든요. 기름이 식으면서 프라이팬에 딱딱하게 굳어버리면 그때부터는 진짜 팔 운동하는 기분으로 닦아야 하잖아요.
그러다가 예전에 마실 살림 팁 게시판에서 누군가 "뜨거울 때 닦아라"는 글을 본 기억이 나서 한번 해봤어요. 결론부터 말하면, 원리 자체는 맞아요. 기름이 굳기 전에 닦아내니까 훨씬 수월하더라고요. 저는 고기 다 구워서 접시에 옮기고 바로 키친타월 두 장 정도 겹쳐서 집게로 집은 다음, 팬 안쪽을 한 번 훑어요. 남은 기름과 작은 고기 부스러기들이 뜨거운 상태에서는 정말 쉽게 닦여 나가요. 그렇게 한 번 기름기를 싹 제거하고 나면, 설거지할 때 세제 묻힌 수세미로 살살 문질러도 금방 끝나요. 예전처럼 뜨거운 물 받아서 불리거나 베이킹소다 뿌려가며 박박 닦던 것에 비하면 확실히 편하더라고요.
그런데 이게 무조건 좋다고 말하기엔 몇 가지 신경 쓸 점이 있어요. 첫째는 프라이팬 코팅 종류에 따라 다르다는 거예요. 저희 집은 테팔 인덕션용 티타늄 코팅 팬을 주로 쓰는데, 이건 뜨거운 상태에서 키친타월로 닦아도 코팅 벗겨지는 느낌은 없었어요. 그런데 예전에 세라믹 코팅 팬 쓸 때는 이렇게 했다가 미세한 스크래치가 생기더라고요. 키친타월로 부드럽게 닦은 건데도 코팅 표면에 미세한 결 같은 게 보여서 좀 당황했어요. 아마 세라믹 코팅이 티타늄이나 일반 논스틱보다 더 예민한가 봐요. 그때 이후로 세라믹 팬은 절대 뜨거울 때 손대지 않고, 그냥 미지근한 물에 잠깐 불려서 닦아요.
둘째는 화상 위험이에요. 이거 진짜 중요한데, 프라이팬 손잡이가 뜨거운 상태에서 무심코 맨손으로 잡으면 정말 위험하거든요. 저도 한 번은 익숙해졌다고 방심하고 손잡이를 그냥 잡았다가 식겁한 적 있어요. 꼭 주방장갑 끼거나 집게를 따로 챙겨놓고 해야 해요. 그리고 키친타월로 닦을 때도 뜨거운 김이 올라오니까 얼굴을 너무 가까이 대지 않는 게 좋아요.
셋째는 기름 제거가 목적이면 키친타월이 가장 낫지만, 고기 부스러기나 양념이 눌어붙은 경우에는 한계가 있어요. 저는 그래서 고기를 양념에 재워 구웠을 때는 뜨거울 때 키친타월로 한 번 닦고, 그다음에 팬이 아직 따뜻할 때쯤 (너무 식기 전에) 뜨거운 물을 조금 부어서 나무 주걱으로 살살 긁어내요. 그러면 눌은 양념도 훨씬 쉽게 떨어지더라고요. 팬이 완전히 뜨거울 때 찬물 붓는 건 코팅 망가지는 지름길이라고 해서 저는 절대 안 해요. 뜨거운 물을 쓰거나, 약간 미지근해졌다 싶을 때만 해요.
그리고 이 팁이 항상 적용되는 건 아니에요. 한 번은 친정 엄마가 오래된 스테인리스 팬으로 생선을 구우셨는데, 제가 그걸 똑같이 뜨거울 때 닦으려다가 오히려 비린내가 팬에 배는 느낌이더라고요. 스테인리스는 차라리 식힌 다음에 구연산이나 식초 희석한 물로 팔팔 끓여서 닦는 게 더 낫다고 하더라고요. 재질마다 관리법이 다르다는 걸 그때 배웠어요.
그래서 제 결론은 이래요. 고기 구운 직후, 논스틱 계열 프라이팬이라면 키친타월로 바로 기름을 닦아내는 건 설거지를 확실히 쉽게 만들어 주는 팁이 맞아요. 단, 코팅 종류 확인하고, 화상 조심하고, 눌은 양념이 심할 때는 물을 살짝 부어 불리는 과정을 병행해야 완벽해요. 그리고 세라믹이나 스테인리스처럼 예민한 재질은 이 방법이 독이 될 수 있으니 무작정 따라 하기보다는 자기 팬 재질부터 검색해보는 게 좋아요. 저처럼 괜히 팬 망가뜨리면 속상하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