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근 끝나고 집에 왔는데 뭔가 방에서 꿉꿉한 먼지냄새 나는 거 있죠. 딱 그 냄새 맡으면 아 이거 에어컨 필터 청소해야 하는데... 하면서도 몸이 열 개라도 모자란 사람들은 그냥 에어컨 타이머 맞춰놓고 잠들기 일쑤임다. 저도 그랬고요.
근데 이게 무시하고 계속 틀면 진짜 감기 달고 살더라고요. 작년 여름에 두 번 걸리고 나서 그냥 정기적으로 청소하는 걸 루틴으로 박았어요. 방법 찾아보면 진짜 별거 없어요. 제가 쓰는 건 5년 된 벽걸이 삼성 에어컨인데, 앞판 열고 필터 빼는 것까지 10초도 안 걸림다.
- 일단 에어컨 전원 끄고 플러그 뽑으세요. 이거 국룰이에요. 감전 위험도 있고, 먼지 날리면서 돌아가면 더 지저분해짐다.
- 앞판 여는 방법은 기종마다 다른데, 보통 양쪽 모서리 아래쪽에 손가락 넣을 만한 홈이 있어요. 살짝 위로 들어 올리면 열림다. 처음에 저는 이걸 몰라서 드라이버로 쑤실 뻔했네요;;
- 필터는 보통 두 장이에요. 아래쪽 손잡이 잡고 살살 빼면 되고, 고정 핀 같은 건 대부분 없어서 그냥 쑥 빠짐다.
문제는 꺼내고 나서의 광경이에요. 진짜 회색 쿠션인 줄 알았던 게 알고 보니 먼지 층이 두껍게 쌓여 있더라고요. 전 이거 처음 봤을 때 소름 돋았어요. 그동안 이 먼지 바람을 맞으면서 잤다는 생각에 현타... 그 뒤로는 두 달에 한 번은 무조건 확인함다.
청소 자체는 샤워기로 씻는 게 제일 깔끔해요. 저는 욕실에서 헹구는데, 처음에는 물총처럼 강한 수압으로 막 뿌렸다가 필터 망가뜨릴 뻔했고요. 이게 생각보다 약해요. 그냥 물을 약하게 틀어서 반대 방향(먼지 낀 쪽 말고 깨끗한 뒷면)으로 흘려보내면서 먼지를 떠내리는 느낌으로 하면 됨다. 비누나 세제 쓰시는 분들 있는데, 저는 안 씁니다. 잔여물 남으면 공기 중에 그거 마실까 봐 찝찝해서 그냥 물로만 해요.
- 약한 수압으로 뒷면에서 앞면 방향으로 물 흘리기
- 절대 솔로 문지르지 않기. 망가지기 쉬워요.
- 오염 심한 부분은 손가락으로 살살 두드리기
그늘에서 충분히 말리는 게 진짜 중요해요. 저는 한 번 급해서 덜 마른 상태로 장착했다가 곰팡이 냄새 장난 아니게 나서 그 뒤로 무조건 오전에 씻고 저녁에 끼우고 그럽니다. 보통 3~4시간이면 마르더라고요. 햇빛에 직접 말리는 건 필터 변형 올 수 있으니 그늘이 국룰이에요.
아 참, 다들 하시겠지만 본체 내부도 한 번 봐주세요. 필터 빼고 나면 안쪽에 냉각핀이라고 열교환기 부분 있어요. 거기도 먼지 존나 많습니다ㅋㅋ 저는 에어컨 전용 클리너 스프레이 뿌리고 송풍 모드로 10분 돌려요. 근데 이건 처음 해보는 분들은 유튜브 보고 따라 하시는 걸 추천함다. 자칫 잘못하면 물이 실내기 밖으로 샐 수도 있고요.
비용적인 면은 말할 것도 없어요. 필터 청소하는 데 돈 드는 게 없음다. 샤워기 물 쓰는 정도? 제습기나 공기청정기 필터는 사려면 몇만 원 깨지는데 이건 그런 거 없으니 안 할 이유가 없어요. 제가 진짜 돈 못 버는 성격이라 이런 소모품값 아끼는 데는 진심임다ㅎㅎ
솔직히 에어컨 청소 서비스 부르면 한 번에 5~7만 원 하는데, 필터만 잘 관리해도 그 분들 부르는 주기를 확 늘릴 수 있어요. 제 기준으론 필터 청소 + 배수구 청소(이건 또 다른 얘기지만)만 잘해도 2년에 한 번 불러도 충분하더라고요.
더운 여름에 시원한 바람도 좋지만 깨끗한 바람이 진짜라는 거, 필터 열어보면 바로 압니다. 오늘 퇴근하고 한 번 해보세요. 생각보다 쉬워서 허무할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