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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딘 칼날, 숫돌 대신 머그컵 바닥 긁어 쓴 이야기

#주방##요리팁
돈나무

2026-07-27 03:32:07.568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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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방 칼이 무뎌진 걸 느끼는 순간, 저는 보통 양파를 썰 때 압니다. 칼이 들어가는 게 아니라 미끄러지면서 으깨는 느낌. 그럼 '아, 이번 주말엔 갈아야지' 하다가 또 까먹습니다. 맞습니다. 전산직 10년차 주말은 대부분 그렇게 사라집니다.

그래서 임시방편을 몇 개 써봤습니다. 숫돌 꺼내기 귀찮을 때, 혹은 숫돌이 없을 때 실제로 제가 해본 것만 정리합니다.

  • 머그컵 바닥

가장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도자기 머그컵 뒤집으면 바닥 테두리에 유약 안 발린 거친 면이 있습니다. 저는 사무실 탕비실에서 과일 깎을 일 있을 때 진짜 많이 썼습니다. 칼날을 15~20도 정도로 눕혀서 그 거친 면에 살살 긁어주는 겁니다. 몇 번 왔다갔다 하면 확실히 예민해집니다. 단점은 칼날이 거칠게 서는 느낌이라 고운 마무리가 안 된다는 거. 그리고 컵 바닥에 쇠 가루 묻습니다. 꼭 닦아내야 합니다. 이거 모르고 커피 탔다가 입에 쇳가루 털고 들어간 적 있습니다.

  • 호일 돌돌 말아서

주방에 있는 알루미늄 호일을 돌돌 말아서 공처럼 만든 다음, 그걸 숫돌 삼아 칼을 긁는 방법입니다. 유튜브에서 보고 '진짜 되나?' 하고 해봤는데, 의외로 됩니다. 미세하게 날이 서는 느낌은 있는데 오래 못 갑니다. 딱 양파 하나 더 썰 수 있을 정도? 호일을 꽉꽉 뭉쳐야 하는데 힘 조절 못하면 호일이 풀어져서 손가락 베기 딱 좋습니다. 저는 한 번 피보고 안 씁니다.

  • 싱크대 모서리

이건 추측 반, 체험 반입니다. 예전에 어디서 들은 게, 스테인리스 싱크대 모서리 부분이 미세하게 거칠어서 거기 칼을 긁으면 숫돌 대용이 된다고 하더군요. 실제로 해봤는데... 솔직히 별로였습니다. 날이 서는 건지 마는 건지 애매하고 싱크대만 흠집 납니다. 자취방 싱크대에 지금도 그때 낸 기스가 길게 나 있습니다. 이건 비추입니다.

  • 벨트 (가죽)

이건 '갈기'보다는 '바로 세우기'에 가깝습니다. 예전에 면도칼 가죽에 스트롭질 하듯이, 칼날을 가죽 벨트에 반대 방향으로 문지르는 겁니다. 날이 심하게 무뎌진 건 어림도 없고, 아주 미세하게 돌아간 날을 정리해주는 느낌입니다. 저는 가끔 다 갈아놓은 칼 마무리할 때 씁니다. 허리띠 풀러서 칼 문지르는 모습이 좀 웃겨서 남들 앞에선 못 합니다.

솔직히 말씀드려서, 위 방법들은 전부 '오늘 저녁 당장 양파 좀 썰어야 하는데' 할 때 잠깐 모면하는 수준입니다. 숫돌 대체라고 생각하면 실망합니다. 저도 결국은 주말에 숫돌 꺼내서 제대로 갑니다. 인덕션과 하이라이트가 다른 것처럼, 칼 가는 것과 칼 임시방편은 완전히 다른 영역입니다. 이건 신뢰도의 문제예요.

그리고 한 가지 더. 칼 무뎌졌다고 칼날에 힘주지 마십시오. 저 그렇게 손가락 베고 응급실 갔습니다. 약국에서 일하는 사람이 소독약 구하러 병원 간 게 좀 창피했습니다. 무딘 칼에 베이면 상처가 더 지저분하게 납니다. 조심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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