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 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오르니까 진짜 신경 쓰이는 게 하나둘이 아니에요. 특히 혼자 사는 친구들이나 저처럼 퇴근 늦는 직장인들은 주방 위생이 여름에 바로 식중독 직결되더라고요. 저도 몇 년 전까지는 설거지 미뤄두고 아침에 하거나, 음식물 쓰레기 싱크대에 하루 정도 두는 게 일상이었어요. 그런데 작년 여름에 한 번 크게 데였죠. 싱크대에 두었던 과일 껍질에서 초파리가 창궐하더라고요. 그 뒤로 완전히 방식 바꿨어요.
제가 실제로 해보고 효과 본 건 크게 세 가지예요.
- 설거지는 무조건 식사 직후에 즉시. 시간이 없으면 최소한 물에 불려두지도 않고 그릇과 팬에 묻은 양념·기름기만 물로 한 번 헹궈서 개수대에 엎어둡니다. 이게 핵심이에요. 불려두면 그 물 자체가 세균 배양액이 되고, 특히 여름엔 두 시간만 지나도 싱크대에서 쉰내 올라오더라고요. 주방 세제는 리필용으로 큰 통 사서 펌핑기에 넣어두면 손이 바로 가니까 귀찮지 않았어요.
- 음식물 쓰레기는 냉동 보관. 처음에 이거 듣고 '냉동실에 쓰레기를 얼린다고?' 싶었는데, 진짜로 해보니 신세계예요. 저는 작은 냉동실 한 칸을 아예 음식물 쓰레기 전용으로 비워두고, 지퍼백에 하루치 배출할 분량을 담아 얼립니다. 양파 껍질, 과일 씨, 생선 뼈 같은 것도 바로바로 넣어서 냉동실에 넣어두면 냄새가 전혀 안 나요. 단점은 냉동실 공간을 좀 잡아먹는다는 건데, 저는 1인 가구라 애초에 냉동실이 그렇게 꽉 차진 않아서 괜찮더라고요. 종량제 봉투에 버릴 때는 이른 아침에 꺼내서 바로 버리면 해동되기 전에 끝나요.
- 도마와 칼은 생것용·익힌것용 구분해서 사용. 예전에는 도마 하나로 과일도 썰고 닭고기도 손질했는데, 지금 생각하면 그게 제일 위험했어요. 저는 스테인리스 재질의 얇은 도마를 생고기·생선 전용으로 따로 쓰고, 과일이나 채소는 나무 도마 씁니다. 칼도 작은 커팅 나이프 하나는 과일 전용으로 빼두고, 고기용 칼은 사용 후 바로 뜨거운 물에 세척해서 건조대에 세워둬요. 스테인리스 도마는 식기세척기 돌릴 수 있어서 여름에 특히 안심되더라고요. 가격도 만 원 안팎이었는데, 그냥 플라스틱 도마 여러 개 쓰는 것보다 훨씬 위생적이에요.
그런데 다 좋은 건 아니고, 제가 시행착오 겪은 부분도 말씀드릴게요. 배수구 청소를 '즉시 배출'에 집착하다가 오히려 역효과 났던 적 있어요. 싱크대 배수구망에 낀 작은 음식물 찌꺼기를 매일 빼내서 버리려고 배수구 커버를 자주 분리했는데, 한 번은 그 과정에서 고무 패킹이 헐거워져서 아래로 물이 새더라고요. 그 뒤로는 배수구는 주 1회만 분리해서 청소하고, 평소에는 뜨거운 물+베이킹소다 조금 흘려보내는 걸로 타협했어요. 무리하게 완벽하려다가 설거지보다 수리비가 더 나올 뻔했죠.
그리고 '설거지 즉시'도 무조건 좋은 건 아니에요. 코팅 팬이나 범랑 냄비는 뜨거울 때 바로 찬물 부으면 코팅이 미세하게 손상된다는 걸, 몇 년 전 주방용품 매장 사장님한테 들은 뒤로는 식을 때까지 기다려요. 대신 그 시간에 도마 닦고, 행주 삶고, 조리대 알코올로 닦는 식으로 순서를 바꿨어요. 프라이팬 하나 급하게 닦겠다고 수명 단축시키는 건 결국 돈 낭비더라고요.
결론적으로, 여름철 1인 가구 주방은 '즉시'라는 원칙이 맞긴 한데, 무턱대고 바로바로 하기보다 자기 집 주방 도구 상태와 공간에 맞게 조정하는 게 중요해요. 특히 냉동실 공간이 협소한 분은 음식물 쓰레기를 얼리는 대신 밀폐 용기에 담아 베란다나 통풍 좋은 곳에 두는 방법도 있긴 한데, 저는 그거보다 냉동이 제일 속 편하더라고요. 초파리랑은 다시 싸우고 싶지 않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