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 키우랴, 가계부 들여다보랴, 한동안 집 안에 식물이라는 걸 들이지 않고 살았어요. 그런데 작년 봄, 둘째 딸아이가 학교에서 식물 키우기 숙제를 받아오더군요. 며칠 만에 화분이 축 처지는 걸 보고 마음이 쓰여서, 제대로 하나 살려보자 싶었어요. 그래도 저는 손이 워낙 둔해서 물조절에 실패하는 편이라, 죽이기 어렵다는 종 위주로 골랐습니다. 1년 가까이 버텨준, 진짜 초보자용 식물들만 말씀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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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킨답서스. 여느 가정집에 다 있다는 그 스킨답서스입니다. 저도 인터넷에서 '아무나 키운다'는 말만 믿고 들였는데 정말 물을 줘도 말라죽고 안 줘도 말라죽을 것 같다는 불안이 사라지더군요. 저는 거실 간접등 드는 책장 위에 올려두었는데, 흙이 바싹 말랐을 때 한 번씩 흠뻑 주는 것만으로도 여름 장마 직전까지 멀쩡히 자랐어요. 단점이라면 줄기가 생각보다 빨리 늘어져서 정리 안 하면 지저분해진다는 점. 가위로 싹둑 잘라서 물꽂이해두면 뿌리도 금방 나니까 번식 부담 없고 가격도 동네 화원에서 3천 원 정도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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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세베리아 문샤인. 원래 산세베리아는 다 강하다지만 일반적인 녹색 잎보다 연둣빛 도는 문샤인이 눈에 띄어서 골랐어요. 결과적으로 아주 만족합니다. 한 달에 한 번 물 줄까 말까인데도 잎이 통통하고, 거실 한쪽에서 큰 변화 없이 버티고 있더군요. 집이 건조한 편이라 다른 식물은 잎 끝이 타기도 했는데, 이 녀석은 끝마름 하나 없었어요. 다만 성장 속도가 매우 더뎌서 재미가 덜할 수 있어요. 1년 동안 새 잎 두 장 나온 게 전부였습니다. 초보자에겐 오히려 그 늦된 성격 덕분에 덜 신경 써도 되는 장점이 크죠. 저는 소형 포트 화분을 5천 원 주고 샀고, 큰 화분 하나에 모아심기보다 따로 두는 편이 더 깔끔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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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야 카노사. 이것도 실패담보단 성공담에 가깝긴 한데, 초보자에게는 의외로 까다로운 점이 하나 있어서 말씀드려요. 물을 정말 극단적으로 적게 줘야 해서, 물 주는 재미를 느끼고 싶은 분이라면 답답할 수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 오히려 그 덕분에 잊고 지내기 좋았어요. 겉흙이 완전히 말랐다 싶어도 한 번 더 참고 2주 뒤에 줬습니다. 그랬더니 꽃대도 맺히고, 왁스 같은 잎도 반짝반짝 윤기가 나더군요. 잘못된 건 분갈이를 급하게 했다는 거예요. 캄캄한 흙에 뿌리가 적응을 못 해 한 달 정도 시름시름 앓았고, 결국 기존 흙 살짝 털어내고 배수 잘 되는 마사토 섞어줬더니 되살아났습니다. 판매처마다 다르지만 제가 산 건 8천 원짜리 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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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은 솔직히 추측이 섞인 이야기인 점 밝힙니다. 제가 키워본 것은 아니고, 저희 어머니 집에서 4년째 살아있는 천냥금을 보고 초보자에게 권할 만하다고 느꼈어요. 어머니께서도 물 주는 주기가 일정치 않고 가끔 한 달 가까이 잊으시는데도 붉은 열매가 다닥다닥 달려서 꽤 볼만했어요. 잎이 두껍고 옆으로 퍼지는 모양이라 공간은 좀 차지할 수 있어요. 다만 반양지에서도 잘 견딘다고는 하는데, 제가 실제로 검증한 것은 아닙니다. 가격대는 작은 포트 기준 4~5천 원 정도로 기억해요.
정말 솔직히 말씀드리면, 식물 살리는 데 제일 중요한 건 '자주 보지 않는 것' 같아요. 관심이 과해서 매일 물 뿌리고 흙 만지작거리던 때는 죄다 죽였거든요. 만지지 않고 지켜볼 수 있는 분이라면 이 리스트 정도면 충분히 성공하실 겁니다. 초보자에게 꽃 피우는 식물이나 다육이는 더 까다롭기 때문에, 일단 잎이 두껍고 천천히 자라는 종 먼저 시작하시길 권해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