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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후기

주방 살림 중에 이건 정말 안 사길 잘했다

#주방#살림#소비
냥이집사

2026-07-20 15:03:22.72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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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 주에 친정 엄마 오셨다가 내 주방 보고 진짜 깜짝 놀라셨어요. 10년 자취할 땐 몰랐는데 결혼하고 나니 주방에 돈 쓸 일이 이렇게 많은지... 근데 그 과정에서 실패도 엄청 했거든요? 그래서 오늘은 내가 진짜 사길 잘했다는 것보다, 안 사길 잘했다는 살림템들 얘기해보려고요. 후회하는 사람들 많을 것 같아서 공유합니다.

  • 전기 압력밥솥 (특히 미니 사이즈)

아 이건 진짜 살림 시작하는 사람들 거의 다 지르는 템인데, 나도 혹해서 살 뻔했거든요. 혼수 준비할 때 양가 어른들이 "밥은 밥솥에 해야 제 맛" 이러시면서 20만 원짜리 작은 쿠첸 압력밥솥 보여주셨는데, 그때 내가 딱 거절했어요. 그때 친정 엄마 표정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네요. 죄송하지만 내 선택이 옳았어요.

우리 집은 그냥 냄비에 밥 해요. 무쇠냄비에 불 조절만 잘하면 20분 안에 완성. 압력밥솥은 취사 끝나도 내부 압력 풀릴 때까지 기다려야 하고, 내솥 코팅 벗겨지면 또 새로 사야 하고... 결정적으로 부피가 장난 아니에요. 자취방 작은 주방에는 진짜 깡패예요, 저거 두면 다른 건 못 놔요. 지금 내 주방 선반은 무쇠냄비랑 법랑 냄비 두 개로 끝이에요. 밥솥 넣을 자리에 오히려 딸기 이유식 큐브 넣는 소형 냉동고 들였는데 그게 훨씬 실용적이더라구요.

  • 실리콘 조리도구 세트

이름은 까먹었는데 분홍색 예쁜 거, 프리미엄 어쩌고 하는 거. 결혼 선물로 받았어요. 받자마자 바로 당근행이었어요. 왜냐면 나는 생선이나 고기 구울 때 뒤집개 진짜 중요하게 생각하거든요? 이 실리콘 뒤집개는 말이죠, 두부 부칠 때도 휘청휘청 힘이 없어서 생선 살이 다 부서져요. 가장 큰 문제는 세척 후 물기 말리는데 실리콘 특유의 비누 냄새가 베여서, 다음 요리할 때 그 향이 은은하게 올라오더라구요... 진짜 최악.

차라리 나무 뒤집개 면봉처럼 생긴 거 하나 사서 1년째 쓰는데 오히려 물 안 들고 냄새 안 배고 좋습니다. 실리콘 세트로 6종 받았는데, 정작 필요한 건 뒤집개랑 국자뿐이잖아요. 나머지 주걱이나 브러쉬 같은 건 서랍 속에서 썩어요. 선물로 받은 거라 죄송하지만 진짜 필요 없어요 이런 거.

  • 만능 채칼

내 자취 시절의 흑역사인데요. 홈쇼핑에서 "이거 하나면 무채부터 슬라이스까지 해결" 해서 홀린 듯 샀어요. 당근 채 썰려고 처음 썼는데, 네 번째 당근에서 손가락 끝이 같이 갈렸어요. 피 철철. 그 뒤로 채칼 트라우마 생겨서 무조건 손으로 썰어요... 그리고 저런 멀티 채칼은 구조상 분해 세척이 진짜 골때려요. 칼날 접합부 사이에 당근 찌꺼기 끼면 칫솔로 쑤셔도 안 나와요.

지금은 그냥 평범한 단일 슬라이서 하나만 써요. 분리 쉬운 걸로. 만능이라는 말에 속으면 안 돼요. 주방은 효율보다 안전이 먼저예요, 특히 밤에 재택근무하면서 라면에 파 썰다가 다치면 진짜 서럽잖아요ㅠㅠ

  • 전자동 커피머신

내 남편이 결혼 기념으로 사준 건데, 하... 이건 진짜 돈 아까워요. 40만 원 넘는 거. 에스프레소랑 라떼 되는 기계였어요. 근데 내부 물통이 분리 세척 안 되는 구조였거든요. 처음엔 괜찮았는데 일주일쯤 쓰니까 물 나오는 구멍에서 곰팡이 비슷한 냄새 올라오더라구요. 설명서 보니 전용 세정제로 주기적으로 청소하라고 써있더라고요. 그게 1회에 5천 원짜리 캡슐이에요.

그리고 이 기계로 뽑은 아메리카노가 진짜 맛없어요. 원두를 직접 갈아서 내리는 게 아니라 카트리지 안에 든 추출액을 물로 희석하는 방식. 비교 불가예요. 결국 반품하려고 했는데 무게 때문에 택배비 2만 원 내야 해서 그냥 창고에 박아뒀다가, 작년에 지인 줬어요. 차라리 프렌치프레스랑 핸드드립 기구 사길... 내 지금 아침 루틴은 그냥 멜리타 필터에 드립하는 건데, 이게 5천 원짜리 기구예요. 근데 진짜 맛있어요. 커피는 장비빨이 아니라 신선한 원두랑 그라인더가 전부더라구요.

교훈인데, 진짜 주방은 '자주 쓰는 것'만 남는 것 같아요. 내가 샀다가 후회한 건 대부분 사기 전에 "매일 쓸까?" 생각 안 한 것들이에요. 지금 내 주방 서랍 열면 진짜 단출해요 - 무쇠냄비 두 개, 나무 뒤집개, 그냥 일자형 슬라이서, 멜리타 드리퍼. 이게 전부예요. 근데 요리 절대 불편하지 않고요. 나머지는 다 돈 낭비였단 생각뿐이에요.

특히 신혼부부들 공구할 때 분위기에 휩쓸려서 이것저것 사지 마세요. 결혼식날 친구가 "주방템은 한 달 살아보고 필요한 것만 사라" 했는데, 진짜 명언이에요. 난 그 말 듣고도 몇 개 샀지만, 그래도 밥솥이랑 만능채칼은 참아서 다행이에요. 손가락 열 개에 피 날 뻔했어요 진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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