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말해서 작년까지만 해도 마트에서 PB상품 손대는 거 좀 그랬거든요. 왠지 모르게 뭔가 빠진 느낌일 거 같고, 입맛에도 안 맞을 거 같은 그런 선입견이 있었어요. 근데 최근에 장보고 나서 영수증 보니까 진짜 정신이 번쩍 들리더라고요. 한 주 장보는데 예전엔 5만원이면 넉넉했던 게 이제는 기본 7만원 훌쩍 넘기니까, 이게 진짜 내 월급 실수령액 대비 미친 비율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본격적으로 PB상품이랑 수입식품으로 갈아타기 시작했는데, 일단 쿠팡에서 PB인 곰곰 시리즈부터 리스트업을 했어요. 냉동 고추장 삼겹살이랑 냉동 닭가슴살 반값할인할 때 사서 냉동실에 쟁여놨는데, 막상 먹어보니까 '어? 이거 생각보다 괜찮은데?' 하는 느낌이더라고요. 특히 닭가슴살은 1kg에 만원도 안 하는데 맛은 기존에 먹던 네추럴리라든가 하림이랑 비교해도 크게 차이를 모르겠어요. 어차피 제 요리 스타일이 허브솔트에 구워서 먹는 거라, 원재료가 신선하면 큰 차이가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제일 충격받은 건 미국산 계란이에요. 예전엔 '계란은 무조건 국내산'이라는 이상한 프라이드가 있었는데, 지인이 "야, 미국산 계란 30구 만원도 안 한다"고 해서 반신반의로 사봤어요. 솔직히 노른자 색깔은 국내산보다 좀 연해요. 하지만 삶아먹거나 계란볶음밥 해먹을 때는 솔직히 구분 잘 안 가요. 국내산 계란 한 판 30구 사려면 이마트에서 8천원대는 기본이고, 요즘엔 특란 기준 9천원 넘는 것도 봤어요. 미국산은 30구에 6,990원짜리도 봤고요. 이 정도 가격 차이면 저처럼 하루에 삶은 계란 2개씩 까먹는 사람한테는 신세계예요. 물론 계란찜처럼 노른자 맛이 중요한 요리에서는 국내산이 낫긴 한데, 평소엔 그냥 가성비로 밀고 갑니다.
수입 삼겹살도 한 번 도전해봤어요. 독일산 냉동 삼겹살인데, 구이용으로 먹기엔 확실히 국내산 생삼겹보다는 육즙이랑 식감이 떨어져요. 그런데 이걸 대패 삼겹살처럼 얇게 썰어서 숙주볶음 해먹으니까 대박이더라고요. 양념 세게 해서 볶으면 식감 차이가 거의 안 느껴지고, 기름기도 적당히 빠져서 오히려 느끼하지 않아요. 이마트 트레이더스 가서 2kg들이 사와서 소분해놓고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는데, g당 가격이 거의 반값 수준이라 진짜 마음 편하게 고기 요리 해먹을 수 있게 됐어요.
장보기 패턴도 완전히 바뀌었어요. 예전엔 그냥 냉장고 비면 마트 가서 필요한 거 집어왔는데, 이제는 엑셀 시트 만들어서 PB상품 가격 변동 추적하고 있어요 ㅋㅋ. 일주일에 한 번씩 쿠팡에서 곰곰, 노브랜드 상품 할인하는 거 체크해서 살 거 정리하고, 진짜 필요한 것만 토요일 일괄구매로 변경했어요. 이렇게 하니까 충동구매가 거의 없어졌고, 한 달 식비가 30만원대에서 20만원 초반으로 확 떨어졌어요.
사실 예전엔 'PB상품 = 질 낮다'라는 편견이 있었는데, 요즘 PB는 대기업 OEM으로 만드는 경우가 많아서 맛 차이가 크게 없는 것 같아요. 곰곰 짜장 소스 같은 건 솔직히 오뚜기 짜장이랑 성분표 비교해보니까 거의 똑같고, 가격만 30% 저렴하더라고요. 물론 단점도 있어요. 포장지가 좀 약해서 냉동실에 오래 두면 냉동빨이 잘 타고, 한 번 개봉하면 보관이 어려운 건 여전해요. 그리고 PB 상품 중에는 진짜 별로인 것도 있어서, 초반에 이것저것 시도하다가 실패한 것도 몇 개 있어요. 대표적으로 어떤 PB 냉동 피자는 도우가 질기고 치즈가 너무 조금 들어있어서 한 번 먹고 바로 버렸네요.
요약 드리자면, 이건 '절약'이라기보다는 '빡침'에 가까워요 ㅋㅋ. 내 월급은 제자리고, 물가는 오르고, 대기업들 가격 줄인상하고... 이 상황에서 아무 생각 없이 내던 돈 줄이는 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저항 같아요. 중소기업 월급쟁이한테 몇 천원 차이는 진짜 커요. 그래서 당분간은 PB랑 수입식품 위주로 버티면서, 국내산은 진짜 맛있는 요리 해먹을 때만 딱 사는 걸로. 다들 장보기 전략 있으면 공유 좀 부탁드려요. 저도 더 배우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