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나이가 들수록 시계가 거꾸로 가는 느낌이 들 때가 있거든요. 애들 다 컸고, 저녁 설거지까지 마친 후 거실에 누워서 드라마 한 편 보다 보면 어느새 11시. 이제 자야지 하고 누우면 거짓말처럼 눈이 말똥말똥해지는 겁니다. 머릿속에는 내일 아침 메뉴부터 시작해서, 큰애 기말고사, 작은애 안경 새로 맞춰야 하는데 깜빡한 일까지, 온갖 잡념이 영화 필름처럼 지나가요. 그렇게 몇 년을 겪으면서 정말 별의별 방법을 다 시도해봤거든요. 그중에 몇 가지 후기를 솔직하게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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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한 우유에 꿀 타 먹기 솔직히 말하면 저는 효과를 못 봤어요. 뭔가 모성애를 자극하는 포근한 맛은 분명히 있는데, 잠이 오는 거랑은 별 상관이 없더라고요. 배만 살짝 부르고, 나중에 화장실 가고 싶어서 오히려 잠을 깨운 적도 여러 번이었습니다. 지금은 그냥 마음이 허전해서 잠이 안 오는 날, 위로용으로 가끔 한 잔씩 할 때가 있어요. 수면 보조제라기보다는 기분 달래기용에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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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색 소음 어플 틀어놓기 이건 의외로 꽤 괜찮았어요. 제 귀에는 빗소리나 파도 소리보다 오히려 선풍기 바람 소리나 에어컨 실외기 돌아가는 둔탁한 소리가 더 잘 맞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저희 집은 아파트다 보니 밤에 가끔 윗집에서 화장실 물 내리는 소리나 현관문 닫히는 소리가 신경에 거슬리거든요. 그런 불규칙적인 소음을 일정한 주파수로 덮어주니까 뇌가 좀 편안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단점은 아침에 일어나서 폰 배터리가 바닥나 있다는 거. 충전 케이블 꽂아놓고 자야 하는데, 저는 침대 머리맡에 전자기기를 두는 게 영 꺼림칙해서 자주 쓰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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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리 베개 & 수건 말아서 무릎 밑에 받치기 이건 정말 신세계였거든요. 저는 원래 허리 디스크가 살짝 있어서 똑바로 누우면 허리가 들떠서 불편해요. 어느 날 인터넷에서 무릎 밑에 쿠션을 받치면 척추가 자연스러운 S자 곡선을 유지해서 근육이 이완된다는 글을 읽고 바로 해봤는데, 이게 정말 효과가 있었어요. 두꺼운 배게 하나를 종아리 밑까지 오게 받쳐놓으면 허리에 가해지는 압력이 확 줄어드는 느낌이거든요. 지금은 돈 주고 산 다리 전용 안장 베개가 아니라, 겨울용 두꺼운 극세사 이불을 돌돌 말아서 매일 밤 끼고 자요. 이건 주변에 허리 아픈 분들 있으면 꼭 추천드리는 방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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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마사지 발바닥을 꾹꾹 누르면 잠이 잘 온다는 말은 진짜인 것 같아요. 그런데 자기 전에 마사지 오일 바르고 주물럭주물럭 하는 게 은근히 귀찮아서 오래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서 생각해낸 게, 그냥 세수할 때 발을 아주 뜨거운 물로 씻는 거예요. 샤워기로 발등과 발바닥을 집중적으로 마사지하듯이 씻고 나오면 몸 전체에 열이 내려가는 느낌이 들면서 졸음이 몰려와요. 결국 발에 열을 풀어주는 게 핵심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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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한두 잔 하면 꼭 졸린다는 분들 많은데, 저는 완전히 반대 케이스였어요. 막걸리 한 사발 마시고 누우면 처음 30분은 정말 달콤하게 잠이 오는 척을 해요. 그런데 꼭 새벽 2시나 3시쯤에 심장이 두근거리면서 눈이 번쩍 떠져요. 그 뒤로는 잠 꼬리가 완전히 끊어져서 아침까지 뒤척이게 되더라고요. 아시다시피 술은 수면을 유도하는 게 아니라 마취시키는 거라서, 깊은 잠을 방해한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잠자기 전 술은 절대 안 마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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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과 감정을 종이에 쏟아내기 이건 제 최후의 비장의 무기인데, 효과가 정말 좋아요. 누워서 '내일 뭐하지'라는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면, 그냥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 주방 탁자에 앉아요. 그리고 예쁘게 쓰려고 하지도 않고, 진짜 아무렇게나 생각나는 단어와 문장을 끄적이는 거예요. "내일 대파 사야 함. 아, 냉장고에 콩나물 시든 것 처리해야 함. 큰애 수학 학원비 통장에 넣기. 작은애 체육복 빨래 안 했다. 제수씨 전화하기 싫다." 이런 식으로 아주 못난 글씨로 쓰레기 같은 생각을 다 토해내고 나면 신기하게 머릿속이 텅 비어요. 일종의 머릿속 청소를 하는 셈이거든요. 이렇게 하면 다시 누웠을 때 아까보다 훨씬 빨리 잠드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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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안 자기 이건 정말 오만 가지 방법을 다 써도 안 될 때, 최종적으로 내리는 결론이에요. 자려고 애쓰면 애쓸수록 뇌는 더 각성하거든요. 그럴 땐 그냥 '오늘은 잠을 포기한다'고 선언해버리고 거실로 나와서 평소에 읽고 싶었던 무거운 책을 읽거나, 냉동실에 있는 오래된 얼음틀을 싹 정리해요. 아무 생각 없이 반복적인 노동을 하다 보면, 어느 순간 하품이 나오면서 몸이 스르르 풀려요. '잠을 자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는 게 오히려 잠을 부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던 것 같습니다.
결론적으로 저한테 가장 잘 맞았던 건, '잠을 자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과 '몸을 편하게 만들어주는 도구(다리 베개 같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것'이었어요. 뭔가 거창한 방법보다 내 몸이 불편해서 잠이 안 오는 건 아닌지 먼저 살펴보는 게 순서인 것 같아요. 다들 각자에게 맞는 밤 루틴을 찾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