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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후기

3년치 생활비 앱 데이터를 돌아보니, 제 소비의 민낯이 보이더군요

#가계부#생활비#소비
김과장

2026-06-13 06:55:52.397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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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에서 품질 데이터 분석하듯이, 3년 전부터 생활비 기록 앱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계기는 단순했어요. 아반떼 XD 엔진오일 교환 주기를 놓친 일이 반복되면서 ‘내가 너무 대충 사나’ 하는 생각이 든 겁니다. 차량 정비는 km 단위로 기록하면서 정작 내 소비는 통장에서 빠져나간 뒤에야 알게 되는 게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어서였습니다. 지금은 36개월치 데이터가 쌓였고, 매달 말에 엑셀로 뽑아서 추세선도 그리고 있습니다. 거기서 얻은 몇 가지 소견을 정리해 봅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소비의 40%는 고정비, 그리고 식비의 함정 처음 1년은 ‘기록하는 행위’ 자체로 지출이 줄어드는 효과가 있었습니다. 문제는 그다음부터였습니다. 통계를 내보니 월평균 지출의 40%가 월세, 보험, 통신비 같은 데서 빠져나가고 있었습니다. 고정비를 줄이려면 핸드폰 요금제나 보험 특약을 재검토하는 수밖에 없더군요. 진짜 문제는 식비였습니다. 처음에는 식비가 전체의 20% 정도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데이터를 태그별로 분류해 보니까 야식, 편의점 커피, 회식 후 2차에서 쓴 돈까지 더하면 30%를 훌쩍 넘깁니다. 저는 대기업 과장이 아니라 회식비가 법인카드로 다 해결되는 위치가 아니거든요. 마트에서 장 볼 때는 한 주 7만 원어치 사면서 ‘절약하고 있네’ 생각했는데, 막상 저녁 10시쯤 피곤할 때 편의점에서 삼각김밥과 커피를 사는 지출이 한 달에 7만 원을 더 만듭니다. 이런 숨은 출혈을 데이터로 확인하지 않았다면 몰랐을 겁니다.

  • 취미라고 다 괜찮은 게 아니더군요 자동차 정비와 캠핑 장비 DIY가 제 유일한 취미입니다. 그런데 생활비 앱에 ‘정비/DIY’ 태그를 달아서 6개월간 추적해 보니 가관이었습니다. 필요해서 산 공구는 전체의 30% 정도고, 나머지는 ‘언젠가 쓰겠지’ 하고 지른 것들입니다. 예를 들어 토크 렌치를 하나도 아니고 두 개나 사놓고, 정작 사용은 연 3회 미만입니다. 캠핑 장비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너 텐트 천을 직접 바꿔 보겠다고 원단과 재봉 도구를 샀다가, 시간이 없어서 반 년 동안 개시도 못 한 적이 있습니다. 그 비용을 계산해 보니 시판 교체용 텐트 가격의 70% 수준이었습니다. DIY가 절약이 아니라 오히려 사치가 되는 순간이죠. 앱 데이터를 보니까 ‘취미’라는 이름으로 분류된 지출 중 40%가 ‘미실현 아이디어 비용’이라는 결론이 나더군요. 그 뒤로는 공구나 자재를 살 때 ‘이번 주말에 쓸 것인가’를 먼저 묻고, 아니면 바로 장바구니에서 삭제합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계절성을 무시하고 산 물건들의 말로 저는 품질관리팀에 있다 보니 연간 계획표에 따라 움직이는 데 익숙합니다. 그런데 내 소비는 완전 무계획이었습니다. 앱에서 3년치 데이터를 월별로 펼쳐 보니 7~8월에 유독 ‘의류’ 지출이 많았습니다. 이유를 보니 더워서 온라인 쇼핑하다가 눈에 띄는 여름 셔츠를 충동구매한 기록이 주르륵 나옵니다. 문제는 그 셔츠들을 가을부터 봄까지 거의 안 입었다는 겁니다. 구매 후 3개월간 착용 빈도를 기록하는 건 무리지만, 적어도 ‘이 옷을 입고 출근한 날’을 머릿속으로 세어 보면 손에 꼽습니다. 올해부터는 여름옷 구매 상한선을 정하고, 시즌 지나면 무조건 다음 해 여름까지 장바구니를 닫기로 했습니다. 이걸 안 하니까 작년 8월에 산 반소매 셔츠 세 장 중 두 장이 아직 택도 안 뗀 상태로 옷장에 걸려 있더군요.

  • 현금을 앱에 기록한다는 것의 괴리 이건 좀 당황스러운 발견이었습니다. 카드 결제는 자동으로 앱에 연동되니까 누락이 거의 없습니다. 그런데 현금으로 쓴 돈, 특히 만 원 미만의 작은 금액은 기록을 깜빡하거나 ‘이까짓 거’ 하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제 데이터를 믿을 수 있게 하려면 현금 쓴 즉시 기록해야 하는데, 야외에서 손이 더럽거나 바쁠 때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저는 현금 사용을 아예 줄였습니다. 교통카드 충전도 카드로 하고, 시장에서도 가급적 제로페이나 카드를 씁니다. 기록이 누락되면 그건 분석 자체를 할 수 없는 불량 데이터입니다. 공장에서도 계측값 하나 빠지면 그 로트는 신뢰도가 확 떨어지는 것과 똑같습니다. 꼼꼼하게 기록하실 분은 처음부터 현금 사용을 최소화하시는 쪽이 낫습니다.

  • 결론은 ‘사전예산’ 없이 기록만 해선 안 된다는 겁니다 처음 2년은 그냥 기록에만 집중했습니다. 그러다 작년부터는 매월 1일에 태그별 예산을 정해 놓고, 중간에 예산 대비 사용률을 앱에서 확인하는 방식으로 바꿨습니다. 효과가 상당합니다. 특히 식비와 취미비에서 이 방법이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이번 달 취미비 예산 20만 원 중 이미 15만 원을 썼다’는 걸 15일에 확인하면, 남은 2주는 충동구매 확률이 눈에 띄게 줄어듭니다. 마치 차량 연비 게이지 보면서 악셀 밟는 느낌입니다. 제 아반떼도 순간연비 뜨면 발이 가벼워지거든요. 사람이 숫자만 봐도 어느 정도 반응하게 되어 있습니다.

물론 생활비 기록이 만능은 아닙니다. 저도 앱 보느라 영수증을 한 번 더 확인하고, 분류가 애매해서 고민하는 시간이 한 달에 1시간쯤 됩니다. 그 시간이 아까우면 안 하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내 소비의 누수 지점을 정확히 알고 싶다면, 그리고 그걸 데이터로 확인하는 데 익숙한 성향이라면 충분히 해볼 만합니다. 저처럼 품질관리 마인드로 접근하면 더 재미있습니다. 불량품이 아니라 불량소비를 줄이는 거니까요.

이상, 생활비 앱 3년 사용기였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추천 1

댓글 2

  • 소금빵2026-06-13 14:43:08.089Z

    저는 말이죠, 3년 모으면 데이터가 아니라 그냥 돈 못 쓴 기록이에요.

    2
  • 느린우체통2026-06-14 05:26:45.762Z

    소금빵에게

    ㄹㅇ 돈 못 쓴 기록이면 그게 오히려 데이터로 의미있는거 아닐까요 ㅇ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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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비 기록 앱 3년 쓰면서 얻은 소비 통찰 | 후기 · 마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