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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후기

아시다시피 옷값은 겁나게 올랐는데, 우리 딸 키링 보며 알게 된 소비 마음이란 게 있더라고요.

참새엄마

2026-06-29 12:32:40.87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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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다시피 요즘 마트 가서 장 보는 것도 진짜 무서워요. 예전 같으면 만 원짜리 한 장 들고 가면 시장 바구니 하나는 거뜬히 채웠는데, 이젠 애들 간식거리 두어 개 집으면 금방 이만 원이 훌쩍 넘어가버리거든요. 그런 와중에 옷 같은 건 정말 엄두가 안 나는 거예요. 얼마 전에 백화점 지나가다가 마네킹에 걸린 코트 한번 슬쩍 만져봤는데, 가격표 보고 제 마음이 다 식었습니다. 우리 남편 월급이 저 코트 두 벌 값도 안 될 때가 있다는 생각에 괜히 씁쓸해지더라고요.

그런데 이런 얘기가 나오니까, 바로 요즘 우리 큰애를 보며 느낀 그게 딱 떠오르더라고요. 제 딸이 고등학생인데, 아시다시피 이 나이 때는 친구들이랑 비교도 하고 꾸미는 것에도 눈이 확 뜨일 시기거든요. 근데 요즘 걔가 옷을 사달라고 조르는 일은 거의 없어요. 대신에 방학 때 알바해서 번 돈으로 인터넷에서 목걸이랑 키링, 이런 작은 액세서리들을 조금씩 사 모으더라고요. 처음에는 그냥 별것 아닌 유행인 줄 알았는데, 며칠 전에 그걸 하나하나 보여주면서 설명하는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어요.

며칠 전 일이었어요. 제가 설거지하고 있는데 딸이 조심스럽게 다가와서는, 자기가 제일 아끼는 가방을 보여주는 거예요. 검정색 기본 백팩인데, 거기에 달린 키링들이 대여섯 개가 넘는 거 있죠. 작은 곰돌이 모양 인형부터 은색 하트 펜던트, 그리고 무슨 주문 같은 거 적힌 글자 키링까지. 하나하나에 다 자기가 꽂힌 이유와 사연이 있는 거예요. 이 곰돌이는 종로 어디 골목 가게에서 딱 하나 남은 걸 샀다느니, 이 하트는 자기 친구랑 우정템으로 맞춘 거라느니. 합쳐 봤자 비싼 옷 한 벌 가격도 안 되지만, 자기만의 세계를 그 가방 하나에 꾹꾹 눌러 담고 있다는 게 느껴지더라고요. 그 가방을 보는 순간, 아 이 친구가 이걸로 얼마나 많은 대리만족과 자존감을 채우는지 알 것 같았습니다.

사실 저 같은 전업주부 입장에서도 예전 같으면 명품 가방 하나 장만하는 게 나름의 목표였지만, 지금은 그런 거에 큰 의미를 두지 않거든요. 아시다시피 생활비가 빠듯하다 보니 오만 원짜리 지갑 하나를 사도 몇 날 며칠을 고민하게 돼요. 그런데 이 작은 소품들은 가격 부담이 덜하면서도, 내 취향을 확실히 보여줄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매력이더라고요. 예를 들어 저는 요즘 주방 앞치마에 작은 꽃 브로치 하나 달아두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완전히 달라져요. 우리 집 남편은 눈치도 못 채지만, 그걸 보는 나 혼자만의 작은 행복이 있다고 할까요.

기사에서 백꾸 열풍이 불고 목걸이 주문량이 439% 폭증했다는 얘기를 읽었는데, 처음에는 그 통계가 좀 과장된 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리 딸 가방이랑 제 앞치마 브로치를 생각하니, 바로 이해가 가더라고요. 다들 지금 당장 아끼는 물건 하나에 소소하게 감정을 이입하는 거예요. 큰돈 들여서 스트레스 받지 않고, 지금 내 일상에서 매일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는 작은 것에 투자하는 거죠. 이게 바로 요즘 사람들이 말하는 현명한 가치소비구나 싶었어요. 꼭 비싼 옷이나 큰 명품만이 행복을 주는 게 아니라는 걸 온몸으로 느끼는 시대인 거예요.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이런 작은 것들도 결국 유행을 타고 비싸질 수 있다는 거죠. 며칠 전에 딸이 눈여겨보는 키링이 무슨 한정판이라고 해서 가격이 몇 배로 뛰는 걸 봤거든요. 자칫하면 스몰 럭셔리가 조각 럭셔리 모으기에 빠져서 되려 지갑을 더 가볍게 만들 수도 있겠다는 우려도 솔직히 좀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처럼 가계부를 꼼꼼히 쓰는 입장에서는, 만 원짜리 키링 스무 개를 모으면 어느새 꽤 쓸 만한 겨울 외투 한 벌 값이 된다는 걸 잘 알거든요. 그래도 뭐, 그걸 탓할 일만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자기 자신에게 주는 작은 선물이 주는 심리적 안정감이 그 몇만 원보다 훨씬 값질 때가 있으니까요.

아무튼 요즘 장바구니 물가에 한숨부터 나오는 마당에, 이런 소비 형태는 참 자연스러운 현상이구나 싶습니다. 오늘 저녁에는 저도 오랜만에 딸이랑 같이 인터넷 쇼핑몰 구경이나 좀 해볼까 해요. 딸은 무슨 별 모양 펜던트를 사고 싶다고 했는데, 저는 주방 수납장 손잡이에 매달 작은 레몬 모양 키링이나 하나 장만해볼 생각입니다. 아시다시피 살림은 작은 재미로 하는 거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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