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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첫 니치 향수 입문 후기, 솔직히 말해서 그 가격 값 못한다고 생각했었죠

#향수#니치#입문
월세노예

2026-07-23 13:43:36.981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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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이걸 사야 하나 말아야 하나 장바구니에만 3주 내내 담아뒀었어요. 적금 만기까지 4개월 남았는데 깨면 이율 날아가는 거 알면서도 손가락이 계속 주문하기 버튼으로 가더라고요. 결국 못 참고 질렀습니다, 니치 향수라고 불리는 그 녀석을. 대중적인 향만 쓰다가 처음으로 한 방에 20만 원 넘는 향수를 산 날, 박스 뜯으면서 심장이 두근거리기보다 '내가 지금 미친 짓을 했나' 싶은 마음이 더 컸어요 ㅋㅋ

전 원래 향수라면 백화점 1층 화장품 코너에서 테스터 뿌리고 '아 이거 좋네' 하면서 사는 스타일이었거든요. 조말론이나 딥디크 정도? 그것도 친구가 생일선물로 사줘서 써본 게 전부였어요. 제 돈 주고 사는 건 늘 올리브영 1+1 행사할 때 데오드란트 겸 바디스프레이 하나 집어오는 정도였고, 향에 대해서는 그냥 '남들한테 안 좋은 냄새만 안 나면 된다' 정도였어요. 근데 작년에 팀장님이랑 미팅 갔다가 상대편 실장님한테서 진짜 이상한 냄새가 나는 거예요. 좋다 나쁘다의 차원이 아니라 '이게 뭐지?' 싶은. 흔한 시트러스나 머스크가 아니었어요. 나중에 용기 내서 물어봤더니 니치 향수라고, 프레데릭 말의 무슨 향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부터 궁금증이 생겼어요.

근데 막상 알아보기 시작하니까 가격이 진짜 말도 안 되더라고요. 50ml에 20만 원? 30만 원? 100ml는 40만 원 넘는 것도 허다했어요. 제 한 달 관리비랑 비슷한 금액이 향수 한 병 값이라니 이거 실화냐고요. 그래서 포기할까 하다가 우연히 https://hyang-rok.com 이라는 곳을 알게 됐어요. 니치 향수 리뷰가 꽤 정리돼 있더라고요. 거기서 사람들이 막 '이건 장미 향이지만 흔한 장미가 아니라 시든 장미, 축축한 이끼, 가죽 향이 섞여 있다' 뭐 이런 식으로 표현하는데 도대체 무슨 말인지 감이 안 왔어요. 향이 시들다니, 이끼 냄새라니. 대체 그걸 왜 몸에 뿌리지? 하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도 그 사이트에서 입문자용으로 괜찮다는 몇 가지를 추려서 샘플부터 사봤어요. 1ml짜리 5종에 3만 원 넘게 줬는데, 이것도 비싸다고 생각했어요. 손톱만 한 병에 담배 한 갑 값이라니 흠...

샘플 중에 제일 궁금했던 건 바이레도의 집시워터랑 르라보의 상탈33이었어요. 향록에서도 그렇고 여기저기서 니치 입문은 이거다, 무난하다, 이런 말 많았거든요. 근데 전 집시워터는 좀 별로였어요. 아니, '별로'라기엔 좀 애매한데 암튼 제 취향은 아니었어요. 처음 뿌렸을 때는 분명 싱그럽고 산뜻한 숲속 흙냄새 같았는데, 시간 지나면 제 피부에서는 뭔가 비릿한? 젖은 나무? 그런 느낌이 올라와서. 사람들이 좋아하는 잔향이라는 게 저한테는 약간 군대 시절 비 맞은 각반 냄새 같았거든요. 차라리 그런 호불호 없이 깔끔한 게 낫지, 왜 굳이 이런 위험한 선택을 해야 하나 싶었죠.

그런데 상탈33은 이야기가 좀 달랐어요. 이건 진짜 처음 맡았을 때 '아 이게 그 유명한 이유가 있구나' 싶었어요. 백단향이 메인이라는데, 절에서 나는 그런 묵직한 향이 아니라 약간 달달하면서도 스파이시하고, 가죽 냄새도 나는 것 같고. 뭐라고 딱 잘라 말하긴 어려운데 편안한데 세련됐달까요. 문제는 이걸 맡고 나서부터였어요. 다른 향수들이 너무 단조롭게 느껴지기 시작한 거예요. 전에는 좋아하던 바디샵 화이트 머스크조차 뭔가 싸구려 알코올 냄새가 강하게 느껴지고. 이게 그 '니치에 발들이면 돌아올 수 없다'는 그건가 싶었어요.

결국 한 달 고민하다가 상탈33 50ml를 질렀죠. 28만 원 정도 줬어요. 솔직히 지를 때까지만 해도 이게 과연 값어치를 할까, 몇 번 뿌리고 후회하는 건 아닐까 불안했어요. 근데 첫 출근날 아침, 딱 세 번 뿌리고 나갔는데 회사에서 반응이 진짜 달랐어요. 옆자리 대리가 '오늘 무슨 향수 뿌렸어요? 되게 좋다' 하더라고요. 평소에 내가 뭘 바꾸든 관심 없던 사람인데. 게다가 점심 먹고 들어올 때 잔향이 남아있는 느낌이 저 스스로도 은은하게 올라와서 괜히 기분 좋고. 보통 대중 향수는 점심 지나면 향이 다 날아가서 다시 뿌려야 하거나 아예 체취에 묻혀버리는데, 이건 저녁 퇴근할 때까지 핸드폰 케이스에 남아있더라고요. 아깝긴 하지만 한 방울의 지속력이 다르긴 다르구나 싶었어요.

하지만 그렇다고 모든 니치 향수가 대단하다고 말할 생각은 없어요. 집시워터는 제 기준에서는 실패작이었어요. 그리고 상탈33조차도 처음 샀을 때는 매일 뿌렸는데, 두 달 넘어가니까 가끔은 좀 물리는 날도 있더라고요. 매일 같이 먹던 삼겹살도 가끔은 질리는 것처럼. 그리고 유행한다는 향수 꼭 남들 좋다고 나한테도 좋은 건 아니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죠. 샘플링은 진짜 필수예요. 저처럼 무턱대고 샀다가 20만 원짜리 방향제 하나 산 꼴 날 수도 있으니까요.

요즘은 향록 뒤적이면서 두 번째 니치 향수로 딥티크의 탐다오 살까 말까 고민 중이에요. 전기장판 틀고 이불 속에서 이거 리뷰 읽다 보면 1시간은 훌쩍 가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엔 진짜로 사기 전에 겨울 가스비 폭탄 맞을 것도 생각해야 해서... 흠... 지난달 난방비 7만 원 나온 거 보고 바로 전기장판 꺼냈거든요. 향수 한 방울에 5천 원이라고 생각하면 진짜 심장이 쫄깃하지만, 그래도 가끔 출근길에 이 향이 올라오면 아니 이게 바로 소확행인가? 그런 생각도 들고 그럽니다. 여유 있음 한 번쯤은 질러볼 만해요. 단, 전세 대출금부터 확인하고요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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