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에 딸아이 간식으로 부침개를 부치려는데 밀가루가 딱 한 숟갈 남은 거예요. 원래 같으면 바로 마트 가는 성격인데, 그날따라 귀찮아서 냉장고 뒤적이다가 두부 반 모 남은 걸로 시도해봤는데 결과가 꽤 괜찮더라고요. 그 후로 밀가루 부침개는 거의 안 하게 됐어요. 식감이랑 고소함이 아예 다른 차원이에요.
일단 재료와 비율부터 정리할게요.
- 두부 150g (반 모 조금 안 되는 양이에요. 물기 빼기 전 무게 기준)
- 계란 1개
- 당근, 애호박, 양파 등 채소 합쳐서 120g 내외 (채 썰어서 물기 살짝 짠 상태)
- 소금 한 꼬집
- 식용유
밀가루 없이 반죽을 결착시키는 원리는 두부의 단백질과 계란의 레시틴 성분이에요. 두부를 으깨면서 나온 수분이 계란과 섞이면 의외로 점도가 생기더라고요. 채소에서 나오는 전분기도 약간 도움이 되고요. 부침개 반죽이 팬에서 흐르지 않고 모양을 유지할 수준이면 성공이에요.
제가 찾은 최적 순서예요.
- 두부는 체에 밭쳐서 10분 정도 물기를 빼줘요. 키친타월로 꾹 눌러도 되고요. 이 과정이 진짜 중요해요. 물기가 많으면 반죽이 질어져서 팬에서 퍼지고 뒤집을 때 죄다 부서져요. 저도 처음에 대충 해봤다가 두부 스크램블 된 적 있어요.
- 볼에 두부를 넣고 손으로 으깨요. 포크로 해도 되는데 손이 더 곱게 부서져요. 완전히 두부 크림 상태까진 아니어도 돼요. 작은 알갱이가 씹히는 게 오히려 식감이 좋아요.
- 계란을 풀어서 넣고 섞어줘요. 여기에 소금을 미리 넣어둬야 간이 두부 속까지 스며들어요.
- 채 썬 채소를 넣고 버무려요. 저는 애호박은 꼭 짜서 넣는 편이에요. 애호박 수분이 생각보다 많아서 반죽이 물러져요. 당근이랑 양파는 수분이 덜해서 그냥 넣어도 괜찮더라고요.
- 팬을 중불로 달구고 식용유를 넉넉히 두르고 반죽을 한 국자 떠서 펼쳐줘요. 여기서 중요한 건 모양을 너무 넓게 펼치려고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두께가 5mm에서 7mm 사이가 적당해요. 너무 얇게 펴면 뒤집을 때 찢어지기 쉬워요.
- 가장자리가 하얗게 익어서 색이 변하고, 반죽 표면에 기름이 올라오면 뒤집어요. 그래야 바닥이 제대로 부서지지 않아요. 뒤집개는 끝이 얇은 걸 쓰시는 게 좋아요. 저는 실리콘 뒤집개로 하다가 실패하고, 스테인리스 얇은 뒤집개로 바꾸니까 한 번에 성공하더라고요.
비율 관련해서 몇 번 실험해본 결과예요. 두부 150g에 계란 1개가 기본인데, 채소 양을 120g 넘게 넣으면 결착력이 떨어져서 뒤집을 때 부스러질 확률이 높아요. 채소를 더 넣고 싶다면 계란을 한 개 더 추가하는 걸 추천해요. 저는 처음에 당근이랑 양파만 넣었다가, 나중에 버섯이랑 부추 추가했더니 계란 한 개로는 부족했어요. 채소 150g 이상이면 계란 2개 넣으세요. 두부 비율을 200g으로 늘리면 더 고소하고 부드러운데, 대신 바삭한 식감은 덜해요. 전 두부 150g에 채소 100g 조합이 가장 균형 있었다고 느꼈어요. 이 비율이면 딸아이도 "엄마 이거 왜 바삭해?" 하면서 잘 먹더라고요. 바삭한 식감은 반죽 자체보단 오일 두르는 양과 중불 유지 시간에 달려 있어요. 기름 조금만 두르고 익히면 찐빵 같은 식감이 되니까, 바삭함 원하면 넉넉히 두르세요.
몇 가지 단점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첫째, 밀가루 부침개만큼 취향대로 바삭하게 만들기가 생각보다 어려워요. 기름 많이 두르고 온도 잘 맞추면 바삭해지긴 하는데, 밀가루 튀김 같은 그 바삭함은 아니에요. 바삭+쫄깃보다 바삭+부드러움에 가까워요. 둘째, 식으면 밀가루 부침개보다 더 빨리 눅눅해져요. 두부 수분이 식으면서 나오는 것 같아요. 특히 채소 수분 안 뺐을 때는 10분만 지나도 축 처지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무조건 다 부쳐놓고 오븐에 5분 정도 데워서 내놔요. 셋째, 간이 두부 안쪽까지 스며드는 데 한계가 있어요. 겉은 짭짤한데 가운데는 슴슴한 경우가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반죽에 소금 넣는 것 말고, 부친 후에 간장이나 소스를 찍어 먹는 쪽으로 해결했어요. 아이는 케첩 좋아하고요.
글루텐프리라서 밀가루 알레르기 있는 가족분께 특히 추천드리고 싶고요. 저희 집은 알레르기 있는 사람은 없지만, 제가 장 건강에 신경 쓰면서 밀가루 줄이기 시작했는데 부침개도 이렇게 대체되니까 좋더라고요. 다만 밀가루 부침개 특유의 쫀득하고 찰진 식감이 진짜 그리울 때도 있어서, 그런 날은 그냥 밀가루로 해요. 억지로 건강식 고집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래도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이 레시피로 만들 만큼 정착은 됐어요.
마지막으로 살림 팁 하나. 두부 부침개는 기름이 일반 부침개보다 더 튀는 편이에요. 두부 수분 때문에 기름이 팅겨요. 후드랑 가스레인지 벽면에 기름 비말이 꽤 묻더라고요. 저는 부치고 나서 무조건 뜨거운 물에 과탄산소다 풀어서 주변 닦아내요. 베이킹소다는 연마력이 있어서 상판에만 쓰고, 기름때는 과탄산소다가 훨씬 잘 녹아내리니까 스프레이 뿌려두고 5분 뒤에 닦으면 수월해요. 이거 안 하면 며칠 뒤에 손으로 만졌을 때 끈적거려서 진짜 미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