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고추장찌개라는 게 의외로 집마다 간이 제각각이라 막상 '이거다' 싶은 맛 내기가 쉽지 않거든요. 저희 집도 애들이 어릴 땐 그냥 된장찌개 위주로 끓이다가, 남편이 요즘 입맛이 좀 텁텁해졌는지 구수하면서 칼칼한 걸 찾길래 작년 겨울부터 고추장찌개 비율 연구를 좀 했어요.
그러다 유튜브에서 본 게 백종원 레시피였는데, 원래는 찌개용 고추장 양념을 미리 섞어두는 방식이더라고요. 핵심이 고추장 2, 된장 1, 고춧가루 1, 다진 마늘 1, 거기에 설탕 약간 넣어서 베이스를 만드는 거예요. 저는 여기서 제 입맛대로 비율을 살짝 응용했거든요. 된장을 0.7 정도로 줄이고 대신 집된장보다는 시판 청국장을 아주 조금, 진짜 티스푼 반 정도 넣었어요. 구수함이 차원이 달라지더라고요.
일단 장점부터 말씀드리자면, 이 비율로 베이스를 만들어두면 찌개 끓일 때마다 간 보는 스트레스가 확 줄어요. 아시다시피 아침에 애들 등교시키고 나면 오전 중에 저녁 찌개까지 미리 해두는 편인데, 냄비에 물 올리고 감자나 애호박 썰어넣고 양념 한 숟갈 딱 넣으면 끝이거든요. 바쁠 땐 진짜 이게 최고예요. 그리고 고기 없이 끓여도 국물 맛이 텁텁하지 않고 깔끔하게 진해서, 두부나 버섯 같은 재료만으로도 밥도둑 역할 톡톡히 합니다.
그런데 단점도 분명히 있어요. 우선 저 설탕이 문제인데, 원래 레시피대로 넣으면 단맛이 생각보다 앞으로 확 올라와요. 저는 첫 주에 그대로 했다가 남편이 "이거 찌개야 조림이야?" 하길래 바로 설탕을 반 이하로 줄였거든요. 대신 양파를 평소보다 굵직하게 썰어서 단맛을 내는 쪽으로 바꿨고, 감자도 얇게 썰지 않고 큼직하게 넣어서 전분으로 국물이 걸쭉해지는 걸 이용했어요. 이게 훨씬 자연스럽더라고요.
또 하나는 고춧가루 보관 문제예요. 고춧가루를 양념 베이스에 미리 섞어두면 수분 때문에 향이 금방 날아가거든요. 저처럼 한 번에 일주일치 만들어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스타일은, 3일 지나면 확실히 첫날보다 풍미가 떨어져요. 그래서 지금은 건더기 양념(된장, 고추장, 청국장, 마늘)만 섞어서 통에 담아두고, 고춧가루와 설탕은 끓일 때 바로 넣는 쪽으로 바꿨어요. 이것도 은근 손이 더 가긴 하는데, 그 30초를 아끼려다 맛을 버릴 순 없잖아요.
가격 얘기를 좀 하자면, 저는 대용량 반찬 만들 때처럼 찌개 양념도 한 통 크게 만들어서 쓰는 편이에요. 고추장은 시장에서 떨이로 나오는 1kg짜리 사서 쓰는데, 이 비율로 하면 일반 가정 기준으로 한 통이면 거의 2주는 버텨요. 된장은 워낙 조금 들어가니까 집에 있는 거 그냥 쓰면 되고. 다만 청국장은 따로 사야 해서 그게 살짝 비용 추가인데, 한 번 사두면 양이 적게 들어가니까 몇 달은 쓰거든요. 뭐 대략 잡아도 한 끼 찌개 끓이는 양념값이 3~400원 정도? 재료값 빼고 순수 양념만 따지면 그렇더라고요.
실패담도 솔직히 말씀드릴게요. 처음에 이 양념 비율이 좋다고 너무 신나서 무조건 두 숟갈씩 퍼넣었더니, 국물이 너무 되직해져서 찌개라기보다 그냥 볶음 수준이 된 적 있어요. 아시다시피 고추장 자체에 전분이 들어가 있으니까 끓이다 보면 국물이 저절로 걸쭉해지는데, 거기에 감자까지 넣으니 이게 뭐 거의 떡볶이 국물이 됐거든요. 그 이후로는 물 양을 평소보다 1.2배 정도 더 잡고, 양념도 한 숟갈 반 정도로 조절했어요. 가족들 입맛에 따라 다르겠지만 저희 집 기준으로는 그래야 딱 좋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그냥 제 경험인데, 압력밥솥으로 밥을 자주 하는 집이면 이 찌개가 더 잘 어울려요. 압력밥솥 밥은 일반 전기밥솥보다 찰기가 더 살아있잖아요, 그 쫀득한 밥알에 진한 고추장찌개 국물 비벼 먹으면 진짜 밥 한 공기 순삭이거든요. 저는 이 맛에 압력밥솥을 못 버리겠더라고요.
아무튼 백종원식 비율 자체는 정말 편하고 기본은 확실한데, 설탕 양이나 보관 방식은 자기 집 입맛과 생활 패턴에 맞춰서 꼭 조정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특히 고춧가루 따로 넣는 건 진짜 추천이고요. 저처럼 세 아이 키우면서 찌개 하나라도 빠르게 내야 하는 분들한텐 이 베이스 만들어두는 습관 자체는 진짜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