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선 손질이요? 진짜 저만 그런지 모르겠는데 생선 비린내는 자취방에서 절대 용납 못 하는 적 1호예요. 한 번 생선 구웠다가 옷장까지 냄새 밴 적 있어서 그 뒤로 무조건 비린내 잡는 게 루틴이 됐거든요 ㅎㅎ 근데 저도 원래 술이랑 우유가 끝인 줄 알았다고요. 청주나 맥주, 아니면 우유에 담그는 거. 이건 진짜 다들 아는 거잖아요. 근데 최근에 우연히 들은 방법이 있어서 한 번 실험해봤는데.. 이게 되네 싶어서 글 써봐요. 자취 요리 좋아하시는 분들 한 번 읽어보시면 좋을 거 같아요.
일단 제 베이스는 이래요. 고등어나 꽁치 같은 등푸른 생선은 생물로 사와서 바로 내장 버리고 흐르는 물에 핏물 빼는 것까지는 기본이고, 여기서 청주 한 바퀴 둘러서 10분 재워뒀다가 키친타월로 꾹 눌러서 물기 제거해요. 우유는 너무 고등어 살이 연해지는 느낌이 들어서 저는 거의 안 쓰고요, 술이 제일 무난한 거 같아요? 근데 이번에 시도한 건 좀 달랐어요.
그건 바로.. 밀가루로 문지르는 거였어요. 사실 이거 좀 이상하잖아요. 밀가루는 고기 밑간할 때나 전 부치기 전에 묻히는 용도지, 생선 비린내 잡는 데 쓴다는 건 진짜 들어본 적 없었어요. 근데 지인이 알려주길, 밀가루가 생선 표면의 비린 기름 성분이랑 물에 녹는 비린내 원인 물질을 같이 흡착해준다는 거예요. 과학적인 내용인지는 모르겠어요. 인터넷 뒤져봤는데 확실한 연구 결과 같은 건 못 찾았고 그냥 예전부터 내려오는 방법인가 봐요. 그래서 반신반의하면서 해봤어요.
방법은 진짜 간단해요.
- 손질해서 핏물 뺀 생선(저는 이번에 자반 고등어로 했는데 생물도 똑같을 거예요)을 물기 있는 그대로 볼에 넣고
- 밀가루 1큰술 정도를 앞뒤로 골고루 묻혀요. 생선 한 마리 기준이에요. 살짝 마사지하듯이 문지르는 게 포인트였어요 10초 정도?
- 그리고 흐르는 물에 씻어내는데, 이때 진짜 깜짝 놀랐어요. 밀가루 푼 물이 회색빛으로 변해서 나오는 거예요. 그냥 물로 씻을 때는 절대 안 나오는 색깔이에요. 이게 비린내의 실체인가 싶을 정도로.. ㅋㅋ 진짜 이거보고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 그다음에 키친타월로 물기 꾹 눌러서 닦아내고 평소처럼 청주 살짝 둘러서 5분만 더 두면 끝이에요. 원래는 10분 뒀는데 이중으로 하니까 시간 줄여도 충분하더라고요.
결과는 진짜 대만족이었어요. 제가 아직 에어프라이어가 없어서 후라이팬에 종이호일 깔고 구웠는데, 진짜 비린내 안 나는 정도가 아니라 생선 특유의 구린내(그 체취 같은 거) 자체가 거의 없었어요. 정확히는 비린내가 아예 없는 건 아니고.. 구울 때 올라오는 수증기 냄새가 생선이라기보다 구수한 구이 냄새에 가까웠다고 해야 하나. 자취방 특성상 환기가 완벽하지 않아서 비린내가 남으면 진짜 골치 아픈데 이 정도면 생선 더 자주 먹어도 되겠다 싶었어요 ㅎㅎ
근데 단점도 말씀드려야 할 거 같아요. 일단 생선 표면이 생각보다 매끈해져요. 밀가루 입자가 잡내를 뺄 때 표면의 단백질 막을 약간 손질하는 느낌인지, 밀가루 씻어내고 만지면 살짝 미끌거리는? 그 느낌이 남아 있더라고요. 구우니까 괜찮긴 한데 조림 같은 거 하실 분들은 좀 다를 수도 있을 거 같아요. 그리고 이거 세척력이 꽤 강한 건지, 자반 고등어처럼 이미 간이 된 생선은 간이 약간 빠지는 체감도 있었어요. 염분기가 줄어든 느낌? 그래서 간장 양념 더 할 거면 모를까 구이로 먹을 땐 소금을 평소보다 조금 더 뿌려야 맛이 맞았어요.
여러분이 알고 있는 다른 방법도 있나요? 이제 술, 우유, 밀가루는 알겠는데 혹시 쌍화탕이나 녹차물 쓰시는 분 계신가요? 커뮤니티 검색하다가 본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이 안 나서.. ㅎㅎ 아시는 분 있으면 댓글 부탁드려요. 저는 다음 주에 꽁치로 도전해 보려고요. 밀가루로 생선 비린내 잡는 거 진짜 신세계였어요. 제 기준에선 '귀찮음의 임계치'를 넘지 않으면서 결과가 좋은 꿀팁이라 당분간 정착할 거 같네요. 글이 또 길었네요 죄송해요! ㅎㅎ 다들 자취방 비린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