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이맘때쯤이면 아침마다 식빵 한 장 구워서 커피랑 먹는 루틴이 슬슬 지겨워지더라고요. 그래도 빵은 사놨고 남은 건 어떻게든 해치워야겠다는 생각에, 도시락으로 샌드위치를 싸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매일 햄이랑 치즈, 양상추만 넣다 보면 진짜 사흘 만에 질립니다. 식빵 자체가 질리는 건지 속 재료가 따분해서 그런 건지 헷갈릴 정도로요.
그래서 여기저기 검색도 해보고, 마트 장 볼 때 눈에 띄는 재료들 사서 이것저것 넣어봤어요. 다 직접 먹어본 기준으로, 가격대나 포만감, 도시락으로 싸기 적당한지까지 정리해봅니다. 실패했던 조합도 솔직히 적을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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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호박+크림치즈 조합: 집에 찜기 있으시면 단호박 쪄서 으깬 다음 크림치즈 섞어서 발라주면 정말 맛있어요. 저는 크림치즈를 필라델피아 제품 썼는데, 일반 마트에서 200g에 5천원 정도 하더라고요. 단호박은 통으로 사면 조금 부담스러운데, 요즘은 마트에 반 통씩 랩으로 싸서 팔길래 그걸로 했어요. 식빵에 바르고 호두 몇 알 부숴서 올리면 식감도 살고 달달하면서도 느끼하지 않아요. 다만 이건 시간 지나면 빵이 눅눅해지는 속도가 빨라서, 아침에 바로 싸서 점심에 드시는 분께만 추천드려요. 전날 밤에 만들어두면 정말 아쉬운 상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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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부+참치 조합: 이건 등산 갈 때 김밥 대신 싸가면서 시작했어요. 두부는 꼭 물기를 꽉 짜야 하고요, 저는 부침용 두부로 하니까 덜 부서지더라고요. 참치는 캔참치 기름 뺀 걸로 준비하고, 마요네즈 살짝만 섞었어요. 두부를 으깨서 참치랑 버무리니까 포만감이 진짜 장난 아니에요. 식빵 두 장 사이에 넣고 양상추 대신 깻잎 몇 장 끼우면 느끼함도 잡히고 괜찮습니다. 단점은 시간이 지나면 두부에서 물이 살짝 더 나오는지 빵이 축축해질 수 있어요. 그리고 이거 만든 날은 도시락 가방에 얼음팩 꼭 넣어야 합니다. 한 여름에 그냥 가방에 넣었다가 좀 찝찝했던 경험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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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 지단에 김치 볶음 넣기: 계란을 얇게 풀어서 지단 부치듯이 한 다음, 그 안에 신김치를 기름에 살짝 볶아서 돌돌 말아 넣는 방식이에요. 식빵 사이에 이걸 통째로 끼우는 건데, 케첩을 살짝 뿌려주면 또 의외로 잘 어울립니다. 계란이 빵이 눅눅해지는 걸 어느 정도 막아줘서 도시락용으로는 앞의 두 개보다 나았어요. 김치 볶을 때 설탕 조금 넣으면 신맛이 잡혀서 좋고, 참기름은 마지막에 살짝만 두르세요. 많이 넣으면 기름이 빵에 배서 별로였습니다. 김치 비린내? 같은 건 사실 사무실에서 먹기 좀 신경 쓰이긴 하는데, 저는 주로 야외에서 먹거나 집에서 혼자 먹을 때만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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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가슴살+콘슬로 조합: 시중에 파는 훈제 닭가슴살을 찢어서, 양배추 채 썬 거랑 스위트콘, 마요네즈로 버무린 걸 넣었습니다. 간단한데 맛은 꽤 보장돼요. 식빵에 버터를 얇게 바르고 그 위에 올리면 빵이 덜 눅눅해지고, 식감도 더 풍부해져요. 다만 콘슬로 자체가 물기가 좀 있어서, 저는 채반에 양배추랑 콘을 잠깐 올려두고 물기를 최대한 뺀 다음 버무립니다. 한 번은 그냥 만들었다가 3시간 뒤에 먹을 때 빵이 거의 풀빵 됐었거든요. 닭가슴살 1팩에 3천원 정도니까 가격 부담도 덜하고, 단백질 채우는 기분도 들고 좋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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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가지 실패담: 하나는 아보카도+연어 조합이었어요. 비용이 좀 들긴 했는데, 맛은 당연히 좋았죠. 문제는 시간 지나면 아보카도가 산화돼서 색이 칙칙하게 변하고, 연어 비린내도 생각보다 올라와서 다시는 도시락으로 안 싸요. 바로 만들어서 바로 먹는 용도로만 추천드려요. 또 하나는 땅콩버터에 바나나를 넣은 건데, 바나나에서 물이 나오면서 식빵이 흐물흐물해지고 단맛만 강조돼서 저랑은 안 맞더라고요. 차라리 사과를 얇게 슬라이스해서 넣는 게 훨씬 나았습니다.
식빵이 질린다 싶을 때 결국 중요한 건 물기 조절하고, 빵 자체에 변화를 주는 것 같아요. 저는 프라이팬에 버터 살짝 두르고 식빵을 노릇하게 구운 다음 속 재료 넣는 걸로 바꾸면서부터 훨씬 덜 질리게 됐습니다. 마트에서 식빵 한 봉지 사면 혼자 먹기엔 양이 많기도 한데, 속 재료만 바꿔도 마지막 한 장까지 꽤 재미있게 먹을 수 있다는 게 제 결론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