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평소에는 자동차 정비나 캠핑 장비 DIY 쪽 글만 올리다가 이런 주제로는 처음 여쭤봅니다. 제가 후각이 그리 예민한 편이 아닌데, 올해는 좀 계절에 맞는 향을 써보고 싶어서 혼자 찾아보다가 결국 여기 계신 분들 의견을 듣는 게 낫겠다 싶었습니다.
향록(https://hyang-rok.com)에서 가을 향 위주로 추려보긴 했는데, 설명만 읽어서는 도저히 감이 안 잡히더군요. 시향지도 몇 개 모아봤는데 정작 제 피부에 올렸을 때 느낌이 다를 거라 생각하니 확신이 안 서고요. 그래서 아예 조건을 좀 구체적으로 말씀드리고 추천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제가 원하는 방향은 이렇습니다.
- 계열: 따뜻한 쪽. 흔히 말하는 스파이시나 우디, 혹은 약간 스모키한 느낌도 좋아할 것 같습니다. 시트러스 계열은 여름 티가 너무 강해서 우선 제외했습니다.
- 예산: 100ml 기준으로 15만 원 안쪽에서 해결하고 싶습니다. 한 번 사면 몇 년 쓰는 성격이라 큰 투자는 못 하겠더라고요. 다만 10만 원 이하에서도 쓸 만한 게 있으면 그쪽이 더 좋습니다.
- 용도: 출근용이긴 한데, 사무실이 제조 현장이랑 붙어 있어서 너무 확 풍기는 타입은 민폐입니다. 제 기준으로는 가까운 거리에서 은은하게 느껴지는 정도면 적당할 것 같습니다. 회의할 때 탁 치고 들어오는 향은 피하고 싶습니다.
- 기간: 아침 7시쯤 뿌려서 오후 3~4시까지는 잔향이 유지되면 좋겠습니다. 오래가면서도 조용히 남는 타입을 원하는데, 이런 걸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 피부 타입: 워낙 건성인 데다 하루 종일 앉아서 문서 보는 업무라 체온이 높지 않아서 그런지, 일반 오드뚜왈렛은 금방 날아가더군요. 오드퍼퓸 쪽이 더 맞을 듯합니다. 참고로 땀과 섞일 일이 적다는 건 장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제가 향록에서 찜해둔 목록을 먼저 말씀드리면, 우디 계열에서는 산타마리아노벨라의 '타바코 토스카노'가 자주 언급되길래 봤는데 가격대가 제 예산을 살짝 넘기더군요. 설명만 보면 딱일 것 같은데 체험 없이 지르기엔 부담되는 금액입니다. 다만 노트 구성만 보면 시트러스가 살짝 섞여 있다고 해서 제가 피하고 싶은 상쾌함이 얼마나 강할지 가늠이 안 됩니다. 비슷한 라인에서 바이레도의 '1996'도 거론됐지만 이것도 가격이 더 세고, 국내에서 구하기 어렵다는 얘기가 있어서 일단 접었습니다.
스파이시 계열은 르라보의 '떼 누아 29'가 가을에 어울린다는 평이 많더군요. 차(tea) 노트에 베르가못이 들어가 있어서 이것도 또한 신선한 느낌이 강하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바로 곁에 있는 건지 알 만큼 조용히 퍼지는 향인지 궁금합니다. 커피 노트가 있는 메종 마르지엘라의 '커피 브레이크'도 후보였는데, 달달한 바닐라랑 라벤더가 섞여 있어서 제 취향보다는 조금 부드러운 느낌일 것 같아서 보류했습니다. 아직 시향을 안 해봐서 단정은 못 하겠습니다만, 향 설명만 읽었을 때는 좀 더 텁텁한 느낌이었으면 했습니다. 여기에 디올 '그리 1947'도 목록에 올렸는데, 우디 계열에 과하지 않은 스파이시라 후보군 중에서는 가장 근접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건 잔향에 대한 후기가 엇갈려서, 제 피부에서 얼마나 오래 갈지 알 수 없다는 게 걸림돌입니다.
정리하자면, 가을에 무겁지 않으면서도 따뜻한 인상을 주는 타입, 그리고 지나치게 달지 않은 남성용 혹은 유니섹스 향수를 찾고 있습니다. 직접 시향을 못 하는 상황에서 먼저 좁혀보려고 하는데, 혼자 생각만 하다 보니 오히려 더 혼란스러워져서 이렇게 글 올립니다. 혹시 위에 언급한 제품들을 실제로 써보신 분이 계시면, 특히 건성 피부 기준으로 지속력이 어느 정도인지 말씀해주시면 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또한 제가 미처 고려하지 못한 제품 중에 예산과 용도에 맞는 게 있다면 추천 부탁드리겠습니다. 향수 초보라 시향샵을 돌아다닐 시간이 잘 안 나는 점 양해 바랍니다. 여러분의 경험에 기댈 수밖에 없는 점 죄송하게 생각하고, 조언은 정말 감사히 받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