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뉴스나 커뮤니티에서 '필코노미'라는 말이 슬슬 보이더라고요. 가심비에서 한 발 더 나갔다고 하는데, 가심비가 가격 대비 심리적 만족을 따지는 거였다면, 필코노미는 그냥 가격 비교 자체를 안 하고 순간의 기분과 정서적 만족에 돈을 쓴다는 개념이래요. 솔직히 처음엔 "그냥 비싼 거 사면서 자기합리화하는 거 아니냐" 싶었음다. ㅋㅋ
근데 가만 생각해보니까 저도 이미 필코노미 소비자더라고요. 제일 큰 게 전자레인지 요리임다. 제가 SI업체에서 야근을 밥 먹듯이 하다 보니까, 집에 와서 밥 차려 먹을 체력이 없어요. 배달 시키자니 배달비. 요즘 배달비 기본 3천원에 음식값까지 하면 한 끼에 만원은 훌쩍 넘잖아요? 근데 전자레인지에 계란 깨서 40초 돌리면 반숙이 나오고, 냉동밥 2분 돌려서 참기름 한 방울 딱 떨어뜨려서 비비면 그게 완성인 거죠. 이걸 가심비로 계산하면, 계란 한 알 300원짜리랑 냉동밥 500원짜리니까 한 끼에 800원인데, 사실 저는 그런 계산 안 합니다. 40초 만에 먹을 수 있다는 그 기분, 그리고 설거지가 종이호일 하나 버리면 끝이라는 그 해방감에 돈을 쓰는 거니까.
아 그리고 작년 이맘때쯤에 노트북 거치대 샀던 것도 생각나네요. 제가 척추측만증 초기라서, 자취방에서 코딩할 때 진짜 목이랑 허리가 너무 아팠어요. 그래서 거치대를 하나 샀는데, 무슨 알루미늄 CNC 가공에 높이 조절 16단계 되는 건데 가격이 8만원이었음다. 주변에서 "거치대 하나에 그렇게 비싼 걸 왜 사냐, 다이소 가면 만원짜리도 있더라" 그런 소리 많이 들었어요. 근데 저는 이걸 사면서 가성비 따질 마음이 하나도 없었어요. 그냥 이거 쓰면 내 목이 편해지고, 내 허리가 덜 아프고, 그러면 내일 출근해서 야근을 덜 힘들게 할 수 있겠다. 그 기분 자체가 저한테는 8만원의 가치가 있었던 거임다. 실제로 사고 나서 진짜 삶의 질이 확 올랐고, 지금도 돈 안 아깝다고 생각해요. 이게 필코노미면 저는 이미 한발짝 앞서 있었네요.
근데 여기서 단점도 말씀드려야겠죠. ㅋㅋ 저처럼 필코노미에 취해서 막 지르다 보면 함정 카드 밟을 때가 있어요. 제 경험상으로는 '광고가 잘 된 제품'일수록 이 필코노미를 악용하는 느낌이에요. 예를 들어서 저번에 무선 이어폰... 아 이건 진짜 흑역사인데, 유튜브에서 감성적인 영상에 자꾸 나오고, "이 착용감, 이 음질을 단돈 얼마에" 이런 거 보면서 순간 이성 날리고 질렀어요. 가격도 20만원 넘었거든요? 근데 막상 받아보니까 노이즈캔슬링도 별로고, 저음도 너무 과장됐고... 솔직히 말해서 그 이어폰 만든 회사는 필코노미라는 유행을 딱 타겟팅한 거죠. 사람들이 가격 안 따지고 기분만으로 지른다는 걸 아니까 거기에 맞춰서 마케팅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결국에는 그 이어폰 중고나라로 직행했고, 만삼천원 손해보고 팔았어요. 이 경험담은 여름 소비 키워드 분석하는 사람들한테 진짜 도움 되라고 씁니다. 함부로 지르지 마세요.
그리고 이거 직접 겪어본 건 아닌데, 추측으로 말씀드리면 필코노미라는 게 지속 가능할까 싶을 때가 있어요. 2026년 여름 지나고 나면 금리도 오르고 물가도 오르는데, 계속 기분만 보고 소비할 수 있겠냐는 거예요. 저 같은 월급쟁이는 한 번 지르고 나면 그 다음 달 카드값 보면서 현타가 오더라고요. ㅎㅎ 그래도 그 현타마저도 잠깐 행복했으면 된 거 아니냐는 사람들도 있죠. 그럼 그건 이미 필코노미가 아니라 자기위로 아닌가... 생각이 복잡해짐다.
아차차, 제 이야기만 너무 많이 했네요. 정리하자면, 필코노미라는 게 새로운 건 아닌 것 같아요. 원래부터 사람들은 기분 내려고 소비를 해왔고, 그게 SNS랑 유튜브랑 맞물려서 더 두드러진 것뿐이고. 저도 전자레인지 요리할 때 그 40초의 만족감에 취해서 사는 사람이지만, 여러분은 카드 명세서를 한 번씩 돌아보는 습관을 가지시라고 조심스럽게 권해봄다. 저는 이만 자러 갈게요. 내일도 야근이거든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