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저녁 9시 넘어서 퇴근하고 집에서 컵라면에 물 붓고 있었는데 어머니한테 전화가 왔어요. 받자마자 "아들~! 핸드폰이 이상해. 뒤로 가는 버튼이 없어졌어!" 이러시는 거예요. 전 별거 아니겠지 하고 라면 김빠질까 봐 얼른 해결해드리려고 영통을 켰는데… 이게 생각보다 심각한 상황이더라고요.
화면 보니까 진짜로 삼각형 모양 뒤로가기 버튼이 안 보이는 거예요. 제스처 모드로 바뀐 상태였는데 어머니는 그게 뭔지도 모르시고 그냥 어느 날 갑자기 버튼이 증발했다고 생각하신 거죠. 근데 이걸 설정에서 다시 버튼형으로 바꾸는 과정이 진짜 난관이었어요.
설정 앱 들어가라고 말씀드렸더니 "설정이 뭐야? 톱니바퀴?" 네 그 톱니바퀴요. 근데 그 톱니바퀴가 어디 있는지 못 찾으시는 거예요. 바탕화면에 있던데 왜 못 찾지 싶어서 화면을 자세히 보라고 했더니… 바탕화면 아이콘이 몇 페이지나 되는 거 있죠. 그 안에 폴더도 있고. 어머니 말씀이 "내가 뭐 잘못 눌렀는지 자꾸 다른 게 나와~" 하시면서 거의 패닉 상태.
겨우겨우 설정 찾아 들어가셨는데 이번엔 '디스플레이'로 가야 하는데 글자가 너무 작다고 잘 안 보인다 하시고. '내비게이션 바' 메뉴까지 가는 과정이 한 세월이었어요. 스크롤도 위아래로 천천히 해달라고 하는데 터치가 예민하셔서 자꾸 다른 메뉴로 진입하시고… 그거 다시 뒤로 가는 것도 제스첸데 당연히 모르시니까 설정 앱을 아예 종료해버리시고. 이걸 세 번 반복했을 때쯤 제 라면은 이미 퉁퉁 불어있었어요.
그러다 어머니가 하신 말씀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세상이 이렇게 빨리 변하는데 나만 멈춰 있는 것 같다." 갑자기 마음이 찡했어요. 제가 보기엔 단순한 UI 변경인데 어머니한테는 익숙한 게 없어지면서 불안감부터 느껴지는 거구나 싶더라고요. 아버지도 옆에서 한마디 거드시는데 "야, 그냥 새 핸드폰 사. 뒤로 가는 버튼 없는 폰을 누가 쓰냐." 어휴...
결국 30분 만에 버튼 되살렸는데 제가 더 지쳤어요. 근데 이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버튼 생기니까 좋아하시면서 "근데 아들, 이번엔 글자 크기가 왜 이렇게 작아졌냐" 하시는 거예요. 확인해보니 이번 업데이트에서 기본 폰트 사이즈가 살짝 바뀌었나 봐요. 그걸 어떻게 아는지 어머니는 바로 캐치. 민감하신 건 이런 부분에서 정말 대단하시다니까요.
IT 업계에서 일하는 입장으로서 드는 생각은, UIUX 디자인할 때 진입 장벽 낮추는 것도 중요하지만 변경사항에 대한 명확한 공지나 적응을 돕는 기능이 더 필요하지 않나 싶었어요. 사실 이거 설정 들어가서 버튼형으로 바꾸면 10초면 끝나는 건데 어머니한텐 '뒤로가기 버튼이 없어지는 초유의 사태'로 받아들여지는 거잖아요. 연령대별 사용자 경험을 진짜 세심하게 고려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아, 그리고 집에 라면 추가로 끓여먹었습니다. 불은 라면은 처참해요 진짜. 개발자 여러분들, 부모님 핸드폰 봐드릴 땐 꼭 밥 먹고 합시다. 이게 국룰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