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과장입니다. 오늘 오후에 잠깐 시간이 나서 집 근처 스타벅스에 들렀습니다. 평소에 주말이면 차고에서 이것저것 만지는 걸 좋아하는데, 오늘은 아내가 처가댁에 가는 바람에 혼자 조용히 책이나 좀 읽을까 해서 카페로 향했습니다.
아메리카노 한 잔 시켜놓고 앉았는데, 자리 잡은 지 5분도 안 돼서 제 오른쪽 테이블에 40대쯤 되 보이는 남성분이 자리를 잡더군요. 노트북 펼치고 뭔가 업무 보시는 것 같았습니다. 저야 뭐 그런 건 신경 안 씁니다. 다들 자기 볼일 있으니까 오는 거죠.
문제는 그 후였습니다. 그분 핸드폰이 울리더니, 전화를 받는데... 이게 통화라고 하기도 뭐할 정도로 목소리가 컸습니다. 처음에는 "아, 바깥 소음 때문에 본인도 모르게 커지는 건가" 하고 이해하려 했습니다. 그런데 대화 내용이 하나도 빠짐없이 제 귀에 들어오는 겁니다. "아니 그거 내가 지난주에 계약금 넣었는데 왜 아직 등기 안 나왔냐"부터 시작해서, 상대방 성함, 거래처 이름, 심지어 계약 금액까지 낱낱이 들리는 겁니다. 이건 뭐 제가 도청이라도 하는 기분이었습니다.
처음 3분은 그냥 참았습니다. 사람이 급한 사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데 그 한 통화가 무려 18분 동안 이어졌습니다. 제가 시계를 안 본 게 아니라, 책을 펼쳐놓고 한 문장도 못 읽은 상태로 폰 시계만 계속 확인했습니다. 카페 안이 시끄러운 것도 아니고, 음악도 잔잔하게 깔려 있는데 그분 목소리만 유독 울려 퍼지더군요. 보니까 옆 테이블 다른 분들도 힐끔힐끔 쳐다보면서 인상 쓰고 있었습니다.
제가 예민한 건지, 아니면 저분이 기본 개념이 없는 건지 한참 고민했습니다. 저도 제조업 현장에서 불량품 잡아내는 게 일이다 보니까 평소에 타인의 실수나 부주의에 관대하지 않은 성격인 건 압니다. QC 업무 특성상 기준치를 조금만 벗어나도 바로 이슈 등록하고 시정조치 들어가니까, 생활에서도 그런 잣대가 남아 있는 건 사실이거든요.
그런데 이건 제 성격 문제가 아니라 명백한 공공장소 매너의 문제라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카페라는 공간은 기본적으로 여러 사람이 공유하는 장소입니다. 개인적인 전화 통화는 짧게 하고, 길어질 것 같으면 잠깐 밖으로 나가거나 최소한 목소리 톤을 낮추는 게 상식 아니겠습니까. 참고로 저도 회사 업무 전화가 주말에도 종종 오는데, 그럴 때는 무조건 카페 밖으로 나가서 통화합니다. 비 오는 날도 그렇게 했습니다. 제 통화 내용이 남에게 노출되는 것도 싫고, 다른 손님들에게 방해가 되는 것도 싫기 때문입니다.
더 답답했던 건, 통화가 끝난 후에도 상황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겁니다. 5분쯤 뒤에 이번에는 본인이 전화를 거셨습니다. 이번에는 상대방이 잘 안 받는지 여러 번 다시 걸었는데, 통화 연결음이 들릴 때마다 "아, 받아라 좀" 이런 혼잣말까지 큰 소리로 하시더군요. 결국 그 통화도 10분 넘게 이어졌고, 저는 책을 덮고 그냥 일어났습니다. 아메리카노는 절반 넘게 남았지만 더 이상 그 자리에 있고 싶지 않았습니다.
이런 경험, 다른 분들도 많으실 것 같습니다. 카페뿐만 아니라 지하철, 버스, 병원 대기실에서도 휴대폰 스피커로 통화하거나 영상 통화하는 분들 보면 매번 당황스럽습니다. 요즘은 개인주의가 강해졌다고들 하지만, 정작 공동체 의식 없이 자기 편의만 생각하는 행동은 오히려 늘어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듭니다.
혹시 제가 유난히 예민한 걸까요? 아니면 이제는 이런 상황에서 직접 양해를 구하거나 제지하는 게 맞는 걸까요? 참고로 저는 현장에서 작업자들한테 지적하는 건 일상이라 익숙한데, 카페 같은 데서 모르는 사람한테 말 거는 건 좀 어렵더군요. 여러분 의견도 궁금합니다.
끝으로 한 가지 덧붙이자면, 카페는 개인 사무실도, 회의실도 아닙니다. 저렴한 가격에 공간을 빌려 쓰는 개념으로 접근하면 서로 조금씩만 신경 쓰면 좋겠습니다. 최소한 통화는 짧게, 혹은 밖에서. 그게 어려우면 목소리라도 낮춰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이상, 주말 오후를 날린 김과장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