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아침 9시 37분. 내 방 문 앞에서 들리는 굉음에 잠이 확 깨더군요. 드르륵드르륵드르륵드르륵... 아, 이거 뭐냐면 우리 엄마 청소기 소리입니다. 그것도 진공청소기 아닌, 10년 전에 산 그 구형 싸이클론 청소기요. 소음이 진짜 장난 아니에요. 옆집에서도 벽 두드릴 것 같은 데시벨인데, 확인해 보니 매주 토요일 아침 9시 30분쯤이면 이 루틴이 돌아간다는 걸 통계적으로 파악했거든요. 제가 3주 연속으로 체크했어요. 9시 30분 전후, 오차범위 플마 5분.
잠깐만요. 엄마가 평소에 청소를 안 하시는 것도 아니고 왜 하필 토요일 아침인지... 이거 진짜 의도적인 거 아닐까 싶을 정도예요. 평일에는 조용히 청소하시는데, 주말만 되면 방 문 바로 앞 복도부터 시작하시는 그 전략적 판단. 솔직히 말해서 제 방 문 밑 틈새로 청소기 바람이 쏴아 하고 들어오는 느낌은, 음, 어떤 의미로는 인위적인 기상 시스템이 아닌가 하는 의심까지 듭니다.
그리고 이 소리가 끝나고 나면 보통 "일어났어?" 하고 문 열어보시는데, 제가 안 일어났으면 그게 더 이상한 거잖아요. 탱크 지나가는 소리 옆에서 자는 사람이 어디 있겠어요. 저도 30대 후반인데 말이죠. 밤새 코딩하다 늦잠 좀 자겠다고 하면 "애 아빠가 아직도 주말에 10시까지 자냐"는 잔소리까지 따라옵니다.
아니 근데 진짜 궁금한 건, 엄마들만 가지고 있는 이 타이밍의 정확성이 뭘까요. 우리 집 청소기 소음 패턴 분석해보면 진짜 딱 REM 수면 끝물에 진입해요. 잠 제일 맛있게 들 때. 그쯤 되면 꿈에서도 청소기 돌아갑니다. 꿈속에서 내가 진공청소기 조종하는 터미네이터인가 싶고 ㅋㅋㅋㅋ.
일어나서 엄마한테 "좀 있다 치우면 안 돼요? 토요일인데" 라고 한 번 말해봤더니 돌아오는 대답이 "그럼 니가 청소할래?" 이 한마디로 모든 게 정리되더군요. 확인해 보니 반박 불가.
그래서 요즘은 오히려 전략을 바꿨어요. 차라리 8시 50분에 알람 맞추고 일어나서 "엄마 내가 청소기 돌릴게요!" 하고 먼저 선수치는 거죠. 그러면 엄마 표정이 약간 허탈해하시는 게 보이는데, 이 작은 승리가 나름 쏠쏠하군요 ㅎㅎ. 뭐 결국 10분 있다가 다시 잠들긴 합니다만.
다만 진짜 문제는 이게 토요일만이 아니라는 거. 일요일에는 걸레질 타이밍이 또 별도로 존재한다는 사실을 최근에 추가로 파악했어요. 10시 15분경 걸레를 방문 아래로 쑥 밀어넣으면서 "발 닦아. 나가서 커피 타 먹어" 하시는 그 루틴. 이쯤 되면 엄마들의 주말 청소는 집안 위생의 문제가 아니라, 일종의 기상 훈육 시스템이라고 결론 내렸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린 교훈은 뭐냐면, 주말에 늦잠 자고 싶으면 그냥 금요일 밤에 청소기 돌려놓고 자라는 겁니다. 미리 청소 끝내놓으면 토요일 아침의 그 전쟁 같은 소리는 안 들리니까요. 저는 실패했습니다만, 여러분은 성공하시길 바랍니다.
아, 참고로 내일 일요일인데 저는 내일 걸레 작전을 대비해 지금부터 발을 미리 닦아둘까 고민 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