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오늘 아침에 단톡방 알림 보고 심장이 철렁했거든요. ㅋㅋ... 어제 회사 동료들이랑 작은 기념일이라고 치킨집 가서 한잔한 게 화근이었쥬. 저는 원래 술 잘 안 먹는데 분위기에 휩쓸려서 맥주 두 잔 반? 정돈데, 평소보다 좀 텐션이 올라간 건 느꼈어요. 근데 집에 오는 길까지도 기억이 났다고요. 택시 타고, 현관문 열고, 남편이랑 딸기 자는 거 보고, 씻고. 그런데 그 '씻고' 이후부터 '잠들기 전'까지의 약 한 시간 정도가 필름이 끊겨버렸어요. 진짜 뭐 모래알 빠지듯이 기억이 사라지는 기분...
오늘 아침에 일어나니까 침대 옆에 제 폰이 없고 거실 소파 위에 떡하니 있더라구요. 충전도 안 돼 있고 배터리 5%. 이때부터 불안감 스멀스멀 올라오는데, 폰 켜자마자 카톡 단체방에 숫자 '77' 떠 있는 거예요. 저희 팀 단톡방이랑, 대학 동기방, 그리고 아파트 입주민 카페 단톡방까지... 다른 건 몰라도 회사 팀톡은 진짜 확인하기 싫더라구요. '설마... 내가 무슨 말을 한 건가? 사고 친 건가?'
- 팀 단톡방: 확인해보니 제가 밤 11시 반에 '다들 고생 많았어요!! 오늘 진짜 짱 재밌었어요 다들 내일 늦게 오세요 제가 책임질게요!!' 이러고 있었어요. 부장님도 계시는 방인데... 이러고 끝났으면 다행인데, 그 후에 아무도 안 읽는 것 같으니까 '읽씹??' 이라고 한 번 더 보냈더라구요. 진짜 제 정신이 아니었나 봐요. 아침에 사과한다고 진땀 뺐네요. 상사가 답장으로 'ㅋㅋㅋㅋ 얼른 자라' 이모티콘 보내준 게 그나마 다행...
- 대학 동기방: 여기가 제일 무서웠어요. 제가 무슨 영화 리뷰 글을 엄청 길게 써놨더라구요. 그것도 새벽 1시 50분에. 4년 전에 본 영화를 왜 그 시간에 리뷰했는지도 모르겠고, 문장들도 띄엄띄엄 이어지고 맞춤법 엉망에... 친구들이 아침에 '야 뭐 잘못 먹었냐', '너 맞춤법 봐라 학부생 때보다 못 쓴다' 이러고 놀리는 거 보면서 손발이 오그라들어서 진짜 내가 내 폰을 부숴버리고 싶었어요. ㅠㅠ
- 아파트 단톡방: 여긴 진짜... 제가 왜 들어갔는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입주민 단톡방에 들어가서 '혹시 밤에 세탁기 돌리는 집 있으세요? 저희집 위층인 것 같은데 잠이 안 와서요...' 라고 글을 올리려다가 만 게 있었어요. 다행히 전송 전에 멈췄는지 임시 저장 메시지로만 남아 있더라구요. 이건 진짜 신의 한 수였어요. 만약 보냈으면 아침에 바로 삭제하고 못 본 척해야 하는데, 진짜 고스트로 남을 뻔...
기억이란 게 참 신기한 게, 그 시간에 제가 물리적으로 뭘 했는지는 어렴풋이 남아 있는 것 같아요. 정수기에서 물 떠 먹은 컵이 싱크대에 있었고, 냉장고에서 반찬통 하나 꺼내서 먹다가 만 흔적도 있고. 근데 그걸 하면서 폰으로 뭘 했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요. 내 손가락이 내 의지 없이 움직인 기분이라는 게 이럴 때 쓰는 말인 것 같아요. 진짜 그 시간 동안은 '숙취 요정'이 제 몸을 조종한 게 확실해요.
솔직히 무서운 건, 이렇게 기억이 사라지는데도 그 순간에는 되게 평소처럼 행동한다는 점이예요. 맞춤법이 개판이긴 해도 어쨌든 문장을 쓰고, 상대방 반응에 감정 반응도 하고. 만약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툭 던졌다면? 그걸 내가 기억하지도 못한 채 아침에 관계가 틀어져 있을 수도 있다는 거잖아요. 그런 생각을 하니까 앞으로 술자리에서는 진짜 폰을 아예 가방 깊숙이 넣어놔야겠다고 뼈저리게 느꼈어요. 아님 술을 먹지 말던가요. 완전 강추입니다? 아니 강제해야 됩니다 이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