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저녁이면 애들 아빠는 거실 소파에 누워 유튜브 쇼츠 보고, 큰애는 자기 방에서 숙제한다고 문 닫고, 작은애는 유튜브에 빠져서 보통 시끌벅적해요. 근데 어젠 좀 달랐어요. 애들 아빠가 일찍 피곤하다고 먼저 자고, 큰애는 내일 아침 학원 가야 한다고 좀 일찍 씻으러 가고, 작은애도 오후에 친구랑 실컷 놀아선지 10시쯤 되니 알아서 드러누웠어요.
거실 불 끄고 티비 켰는데 그 작은 조명 하나만 켜진 공간이 왜 그렇게 좋던지... 평소엔 다이어리 정리하거나, 주방 마무리 설거지하다가 시간 훅 가는데 어젠 진짜 아무도 안 건드리는 시간이 열린 거예요. 리모컨으로 ott 화면 왔다갔다 하다가 예전에 봤던 영화 다시 틀었어요. 원래 새 영화 찾기 귀찮아서 보던 거 또 보는 타입이라... 그날 따라 더 잔잔하게 보여서 좋았고요.
중간에 소파 팔걸이에 걸쳐둔 볼펜이 굴러서 탁 소리 나니까, 아 이거 내가 좋아해서 아끼는 multi pen이구나 싶더라고요. 그 펜으로 볼일 보는 메모 패드에 영화 보면서 생각난 단어 끄적거렸어요. 요즘 문구 공구한다고 딱히 활동 많이 못 하지만 그래도 펜 하나 좋은 거 있으면 그 시간이 더 정돈된 느낌? 집안일 능률이 바뀐다니깐요 ㅎㅎ. 좋은 펜이 괜히 집안 쓰기용만 되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멍 때리면서도 손이 가요.
주말 저녁에 이렇게 혼자 영화 보는 시간이 특별한 건, 육아랑 살림 사이에서 딱 하루라도 '내가 이걸 계획해서 즐기는구나' 느끼는 찰나? 그런 거 있잖아요. 다음날이 일요일이라서 '조금 늦어도 괜찮아'라는 마음도 컸고요. 일요일 아침이면 당연히 애들 밥 챙겨야 하지만, 그 전날 밤에 잠깐이라도 완전히 혼자인 시간이 생기면 한 주 마무리가 덜 억울하다고 해야 하나... 누구 방해 없이 1시간 40분짜리 영화 한 편 본다는 게 요샌 엄마한텐 꽤 큰 사치라서요.
다만, 보고 나서 양치하고 자려는데 작은애가 거실까지 나와서 "엄마 안 자?" 이럼 좀 김이 새긴 했어요. 그래도 괜찮았네요. 그 한두 시간이 진짜 힐링이니까. 담주에도 이렇게 조용한 주말 저녁 있으면, 그때는 괜히 무리해서 무서운 영화 고르지 말고 그냥 편한 영화 봐야겠어요. 오늘은 이만 총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