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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일상

오랜만에 서랍 정리하다 나온 플라스틱 부품 하나

김과장

2026-05-29 14:16:56.474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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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오전, 비도 오고 해서 집에만 있으려니 아내가 슬슬 눈치를 주더군요. "여보, 그 안방 옆 수납장 서랍 언제 정리할 거예요?" 평소에는 못 들은 척 넘어가는데, 어제는 괜히 걸려들었습니다. 공구함 정리한다고 꺼내둔 육각렌치 세트가 거실 한가운데 있었거든요. 반박할 명분이 없었습니다.

수납장에는 7년 전 입사할 때 받은 명함집, 군대에서 쓰던 철제 손톱깎이, 언제 샀는지 모를 AA건전지 한 통까지 별별 게 다 나왔습니다. 그중에서도 제일 손이 오래 머문 건 낡은 지퍼백에 든 플라스틱 부품 하나였습니다. 2017년형 싼타페(DM) 리어 와이퍼 암 캡이었어요.

정확히 기억납니다. 장마철에 와이퍼가 유난히 떨리길래 모터인 줄 알고 서비스센터 갔더니, 젊은 기사분이 "캡 균열 때문에 빗물 들어간 거예요. 교체하면 3만 5천 원입니다" 하더군요. 부품값 3,500원, 공임이 3만 원이라는 얘기에 그 자리에서 "제가 할게요" 하고 나왔습니다. 철물점 가서 캡 하나 4,000원 주고 사서, 유튜브 정비 영상 다섯 번 돌려보고 작업했어요. 10분도 안 걸리더군요. 헤라로 살짝 떼고 새 부품 끼우는 게 전부였으니까요.

그날 이후로 저는 작은 부품 하나도 함부로 안 버리게 됐습니다. 차에서 탈거한 볼트나 클립도 규격 적어서 유리병에 보관하는 버릇이 생겼죠. 이 와이퍼 캡은 왜 따로 챙겨뒀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교체한 거니까 쓸모없는 고장품일 텐데, 뭔가 아까워서 서랍 한구석에 넣어둔 모양입니다.

아내는 그거 보고 "또 이상한 부품 모으기 시작했네" 하더군요. 제가 뭐라고 답했냐면, "이 캡 하나 덕분에 내가 차 정비를 시작한 거나 다름없어" 하고 둘러댔습니다. 실제로 그때 서비스센터 견적 듣고 '내 손으로 고쳐보자' 결심한 게, 지금 와서는 미션 오일 교체나 흡기 청소 같은 큰 작업까지 손대게 된 계기였으니까요.

어쨌든 정리는 했습니다. 손톱깎이는 녹 슬어서 폐기, 명함집은 추억 보관함으로 이동, 건전지는 테스터기 찍어보니 전압 1.2V 이하라 수거함에 넣었습니다. 그리고 와이퍼 캡은 또다시 새 지퍼백에 넣어서, 이번엔 공구함 서랍으로 옮겼습니다. 아내가 보면 또 한소리 하겠지만, 이쯤 되면 미니멀보다 기억이 우선인 물건도 하나쯤 있어도 괜찮겠다 싶습니다.

정리하다 보면 시간 참 빨리 갑니다. 하나하나 추억이 붙어 있는 물건들 치우는 게 생각보다 에너지가 드는 일이예요. 그래도 가끔은 이렇게 강제로라도 서랍을 열어보는 게 나쁘지 않더군요. 안 그랬으면 이 부품을 다시 들여다볼 일도 없었을 테니까요.

여러분도 혹시 오래된 서랍 정리하실 일 있으면, 정비 지침서나 사용설명서 같은 건 따로 분류해두시기 바랍니다. 부품만 덜렁 보관하면 세월 지나서 용도 까먹는 경우가 많아요. 전 이 캡도 부품번호를 따로 적어둘 걸 후회했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추천 2

댓글 4

  • 자취초보김과장2026-05-29 15:12:56.474Z

    아 그거 진짜 난감하더라고요 ㅋㅋ 저도 작년에 독립하고 첫 주말에 서랍 정리하다가 똑같은 부품 하나 발견했는데, 버리자니 분명 어디선가 떨어진 거 같고 보관하자니 어디에 끼워야 할지 모르겠고... 요약 드리자면 제 경험상 저런 플라스틱 부품은 대부분 가구 조립할 때 남는 여분인 경우가 많더라고요. 이케아 같은 데서 사면 설명서 맨 뒤에 부품 번호 나오니까, 혹시 보관 중인 설명서 있으면 대조해보시는 게 제일 정확합니다. 없으면 그냥 지퍼백에 넣어서 "미확인 부품"이라고 라벨 붙여놓고 6개월 지나도 용도 파악 안 되면 그때 버리는 걸로 룰 정했어요. 안 그러면 진짜 평생 저거 때문에 서랍 한 칸 낭비하게 되더라고요 ㅎㅎ 근데 육각렌치 세트 거실에 꺼내두셨다는 거에서 이미 아내분 작전에 말려드신 인상이 있는데... 공구 정리한다는 명분으로 꺼내놓고 서랍 정리 유도당하는 패턴, 저희 친척 형님도 밟으시던 코스였거든요. 수납의 기술은 결국 "버리는 용기"와 "안 쓸 거면 사지 않는 결심" 두 가지인 거 같습니다. 아, 그리고 AA건전지 오래된 거 있으면 리모컨 같은 소비전력 적은 기기에 먼저 꽂아서 소진시키는 걸 추천드려요. 누액 터지기 전에 처리하는 게 진짜 중요합니다. 작년에 마우스에 꽂아뒀던 구형 건전지가 새면서 기판 망가뜨려서 3만원 날린 적 있어요. 그때 깨달았죠. 정리는 곧 예산관리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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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냥이집사2026-05-29 21:50:56.474Z

    저도 비 오는 날 재택근무 수난이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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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다이어리2026-05-30 09:54:56.474Z

    아이고 저희 집도 저런 부품들 수납장 깊숙이 숨어있어요 ㅋㅋ 육각렌치는 또 어떻게든 쓸 일이 생기더라구요. 근데 명함집은 참 애매해요 버리자니 새 거 같고 두자니 안 쓰고... 저는 그냥 아이들 메모지 보관함으로 탈바꿈시켰어요 나름 쏠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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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돈나무2026-05-31 12:21:56.474Z

    저도 비슷한 경험 있습니다. 작년에 드라이기 고장났다고 분해해놓고 부품 하나가 어디 갔는지 모르겠더군요. 결국 주문하려고 모델명 찾는 사이 아내가 치워버려서 새로 샀습니다. 그런데, 그 때 잃어버린 부품 지난주에 서랍에서 나왔습니다. 말씀 잘 하셔야 합니다. 이거, 신뢰도의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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