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제가 장 보러 마트 가면 꼭 한 군데씩 들르는 코너가 있거든요. 바로 시식 코너예요. 요즘은 식품회사 직원분이 직접 나와서 조리해주는 경우가 많아서, 그분들 일하시는 모습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거든요. 그런데 지난주에 거기서 좀 창피한 일이 있었어요.
며칠 전에 큰아이가 갑자기 냉동만두가 먹고 싶대서 저녁 메뉴를 급하게 바꿨어요. 집에 냉동실에 쟁여둔 만두가 떨어져서 마트로 향했죠. 평소 같으면 그냥 늘 사던 제품 집어서 계산대로 직행했을 텐데, 마침 냉동식품 코너 앞에서 시식 행사를 하고 있더라고요. 직원분이 "새로 나온 고기만두인데 한번 드셔 보세요" 하면서 작은 종이컵에 만두 하나를 담아주셨어요.
그런데 거기서 문제가 생겼거든요. 아시다시피 저는 사람들 많은 데서 혼자 뭘 먹는 걸 좀 쑥스러워해요. 신혼 때는 시식 코너가 있어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였고, 아이들 데리고 다니기 시작한 이후에야 '한입 얻어먹자' 하는 마음으로 용기를 냈거든요. 근데 이번에는 직원분이 건네준 만두를 받아 들고 딱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옆에서 똑같이 시식을 하던 젊은 아주머니랑 눈이 딱 마주친 거예요.
그분도 저처럼 만두를 한입 베어 물고 계셨어요. 입에 만두가 들어간 상태로 서로 멀뚱히 쳐다봤죠. 저는 급하게 시선을 피하려고 했는데, 마침 만두 속에서 뜨거운 육즙이 확 터져 나와서 입천장이 따끔해지더라고요. 깜짝 놀라서 "앗 뜨거!" 하는 소리를 거의 낼 뻔했어요. 상대방 아주머니도 제 표정을 보고 깜짝 놀라셨는지, 급하게 입을 가리면서 자기도 모르게 피식 웃더라고요. 그러니까 덩달아 저도 민망함이 웃음으로 바뀌더라고요.
그 순간에 그 아주머니가 "맛은 괜찮은데 뜨거워서 혼나네요" 하면서 작게 말을 걸어오셨어요. 저도 "제 입천장도 지금 혼쭐났어요" 하고 받았거든요. 진짜 별거 아닌 대화였는데 그 몇 마디가 왜 그렇게 반가운지, 순식간에 쑥스러움이 싹 가셨어요. 그러고 나서는 자연스럽게 직원분께 "이거 혹시 조미료 많이 안 들어갔어요? 애들이 먹을 거라서요" 하고 물어보기까지 했어요. 원래 같았으면 귀찮게 왜 물어보냐는 소리 들을까 봐 못 물어봤을 거거든요.
결국 그 만두 두 봉지 사서 집에 왔고요. 맛은, 솔직히 MSG가 좀 들어간 맛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게 나쁘다는 생각은 안 해요. 아시다시피 적당한 MSG는 오히려 냉동식품에서 부족하기 쉬운 국물 맛을 살려주거든요. 문제는 이 만두가 자극적으로 짜기까지 하다는 점이었어요. 저녁에 아이들은 잘 먹었지만, 저는 물을 한 통째로 마셨어요.
지나고 보면 별일 아닌데, 그날 따라 유난히 쑥스러움이 컸던 이유는 뭘까 생각해봤어요. 아마 오랜만에 혼자 장을 봤기 때문인 것 같아요. 평소에는 남편이나 아이들이랑 같이 가면 시식도 거리낌 없이 하는데, 혼자 서서 만두 베어 먹고 있으려니까 왠지 남들 눈에 외롭고 초라해 보이는 사람처럼 느껴졌거든요. 물론 그건 어디까지나 제 과한 생각이었겠죠. 마트에서 누가 시식 좀 한다고 그렇게까지 생각하겠어요.
어쨌든 그날 있었던 일 덕분에 새로운 만두도 먹어봤고, 쑥스러움을 무찌르는 데는 눈 마주친 사람과 작게라도 웃어보는 게 제일 빠른 방법이라는 것도 다시 한 번 배웠어요. 동네 마트 가시면 시식 코너에서 눈 마주쳐도 너무 피하지 마시길 바래요. 그냥 둘이서 같이 쑥스러워하는 거예요, 아시다시피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