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딸아이 재우고 나니 이상하게 단 게 땡기더라고요. 냉장고 뒤져보니 초콜릿도 다 떨어지고, 믹스커피 말고는 달달한 게 없어요. 배달앱 켜니까 편의점에서 초콜릿 하나에 천원 플러스 알파 붙고, 최소주문금액 맞추려면 이것저것 담아야 하고. 결국 만원 넘게 나오는 거 보고 앱 껐어요.
집 앞 편의점까지는 걸어서 5분. 밤공기 좀 쐴 겸 신랑한테 "잠깐 바람 쐬고 올게요" 하고 나왔는데, 이게 은근히 기분 전환이 되더라고요. 낮에는 아이 픽업하느라 허둥지둥 걷던 길을 밤에 걸으니 완전히 다르게 느껴져요. 가로등 불빛 아래로 은행잎이 수북하게 쌓여 있고, 낮에는 못 봤던 작은 카페 간판들이 하나둘 꺼져가고 있고요.
편의점 도착해서는 진짜 사려던 초콜릿만 집을 생각이었는데, 행사 코너를 그냥 지나칠 수가 없었어요. 원플러스 원으로 말차 초코바랑 아몬드 초코바 세트가 있길래 낼름 집었고, 가다 보니 유통기한 임박 요구르트가 반값. 이건 아침에 딸 줄 거 생각하니 합리적 소비라는 자기합리화가 바로 되더라고요. 결국 바구니에 담은 건 초콜릿 4개, 요구르트 3개, 거기에 눈에 띈 핫팩까지. 계산하니 6천원 조금 넘었어요. 배달비 포함 1만 2천원 나올 걸 생각하면 절반 가격에 이런저런 걸 샀다는 뿌듯함이 밀려왔어요.
돌아오는 길에 문득 생각난 건데, 편의점 배달은 진짜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면 이용 안 하는 게 맞다는 제 오랜 신념이 다시 확인됐어요. 배달비 천원이 문제가 아니라, 그 천원을 안 내려고 최소주문금액 맞추다 보면 결국 안 사도 될 것까지 사게 되는 구조잖아요. 마케팅 하는 입장에서 그 장치를 모르는 건 아닌데, 막상 내 돈 쓸 때는 또 속아 넘어갈 뻔했네요.
집에 돌아와서 말초코바 한 입 베어 물었는데, 그냥 앉아서 시켰으면 몰랐을 맛이었어요. 밖에 나갔다 온 발이 시려워서 양말 신고 먹는 초콜릿이 더 달더라고요. 신랑은 "배달비 아끼려고 나갔다가 더 쓴 거 아니냐"고 놀렸지만, 저는 이 산책 자체가 작은 사치였다고 생각해요. 요구르트는 반값에 건졌고요.
다음에도 야식 땡기면 이렇게 나와야겠어요. 핫팩은 좀 과했지만, 그래도 배달앱 켜는 것보단 나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