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진짜 황당한 일 있었네요 ㅎㅎ 딸아이 학교 보내고 오전에 출판사 미팅 있어서 전철 탔거든요. 평소처럼 가방에서 책 꺼내 읽기 시작했는데, 이게 좀 흥미진진한 책이라 눈을 뗄 수가 없더라고요. 번역 의뢰 들어온 원서 검토하면서 읽기 시작한 건데, 중간쯤 가니까 스토리가 확 몰입되는 거예요.
평소엔 전철에서 책 읽을 때도 중간중간 고개 들어서 역 확인하는 습관이 있답니다. 근데 오늘은 진짜 신기하게도 그걸 까먹은 거예요. 한 정거장, 두 정거장... 계속 넘어가면서도 '설마 내릴 역 지났겠어' 하는 안일함? 그거 때문에 완전 낭패 봤어요.
그렇게 50분쯤 지났을까, 등 뒤로 누가 내리려고 가방 치는 소리에 확 정신 차렸는데... 어머, 창밖 보니까 완전 처음 보는 역이에요. 어? 싶어서 노선도 확인하니까 종점 두 정거장 전이더라고요 ㅋㅋㅋ 제가 내려야 했던 역은 이미 8개나 지나있었고요. 순간 식은땀이 확 났어요. 미팅 시간 30분 남았는데 여기가 도대체 어디야 싶고...
급하게 반대편 열차 타려고 뛰어 내렸는데, 그 역이 환승역 구조가 꽤 복잡하더라고요. 반대 방향 승강장 찾는 데만 5분 넘게 헤맸어요. 에스컬레이터 두 번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평소 같으면 표지판 보고 척척 찾았을 텐데 당황하니까 머리가 하얘지더라고요. 결국 역무원분한테 물어봐서 겨우 탔는데, 그 사이에 시간은 계속 가고 있고요.
전철 안에서 출판사 담당자님께 전화드렸어요. "죄송합니다, 전철 잘못 타서 20분 늦을 거 같아요" 했더니 웃으면서 괜찮다고 하시더라고요. 다행이에요 진짜... 프리랜서가 시간 약속 깨면 정말 큰일이거든요. 이 업계에서 신뢰가 생명이라, 이런 실수 절대 하면 안 되는데 자책을 좀 했답니다.
생각해보면 이게 처음도 아니에요. 작년에도 도서관에서 책 반납하러 갔다가 앉은 자리에서 책이 너무 재밌어서 한 시간을 그냥 읽다가 점심 약속 늦었고... 고등학교 때는 집에 가는 시내버스 안에서 만화책에 빠져서 종점까지 갔던 적도 있고요. 뭐랄까, 책에 한 번 몰입하면 주변이 싹 사라지는 경험? 그걸 너무 잘 아는 사람으로서 솔직히 말하면 좀 리스크가 있는 성향이에요 ㅎㅎ
그래도 오늘 같은 날은 드는 생각이, 전자책 단말기보다 종이책이 더 몰입도가 높다는 거. 저는 업무상 돌리기 편해서 태블릿으로도 원서 많이 보는데, 종이책은 진짜 페이지 넘기는 감촉이나 종이 냄새 같은 것 때문에 더 깊이 빠지는 것 같아요. 근데 이런 데서 빠지면 안 되는데 말이죠 ㅋㅋ
그나저나 오늘 미팅은 다행히 잘 마무리됐어요. 담당자님이 오히려 "번역하시는 분들 원서 보느라 몰입한 거 이해합니다" 하고 이해해 주셨답니다. 그래도 앞으로는 전철에서 책 읽을 때 꼭 핸드폰에 도착 알람 맞춰놓고 읽어야겠어요. 아니면 아예 안 읽던가... 아니 그건 무리수고요 ㅎㅎ
이런 경험 있으신 분들 많죠? 특히 전철 길게 타는 분들은 한 번쯤 겪어보셨을 거예요. 저만 이러는 거 아니겠죠? ㅋㅋ 여유 있을 땐 이런 여행도 나쁘지 않은데, 시간 약속 있을 땐 진짜 심장 떨려서 못 하겠어요. 오늘 저처럼 안 되려면 진짜 알람 필수랍니다, 여러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