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저는 주방에 오래 있었던 사람이라 온도에 꽤 둔감한 편입니다, 이해하셨나요? 중식 주방은 한여름이면 50도 가까이 올라가니까 그 안에서 웍 잡고 서 있다 보면 에어컨 바람 같은 건 사치였고, 한식 주방도 국물 육수 팔팔 끓이는 솥 앞에서는 땀이 비 오듯 흘렀죠. 그러다 보니 몸이 더위에 단련이 됐는지, 집에 와서 에어컨을 26도만 맞춰놔도 저는 선선하다고 느끼는 겁니다.
그런데 아내는 정반대예요. 기본적으로 여성분들이 체온 조절에 더 예민하다는 이야기를 의사에게 직접 들은 적도 있고, 실제로 우리 집 사모님은 24도 아래로 안 내리면 "에어컨 틀었냐?" 하고 되묻습니다. 제가 보기엔 이미 서늘한 실내인데, 본인은 덥다고 선풍기까지 틀어 제 다리로 직사광선처럼 쏘는 바람에 저는 여름 내내 무릎이 시려서 긴바지를 입고 삽니다.
도대체 적정 온도가 뭐냐, 이걸로 지난주에도 한바탕 했습니다. 제가 가게 마치고 밤 11시에 들어갔더니 거실이 22도로 맞춰져 있더라고요. 한여름 밤에 문 닫고 들어온 식당 주방보다 집이 더 추운 겁니다. 그래서 제가 슬쩍 25도로 올렸죠. 새벽 3시쯤 아내가 깨서 "당신 지금 에어컨 온도 올렸냐, 너무 더워서 잠을 못 자겠다" 하고 쫓아왔습니다. 저는 이불 덮고 자면 되지 않냐고 했고, 아내는 이불 덮고 에어컨 트는 게 여름의 낭만이 아니냐고 합니다. 저는 그 낭만이라는 게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겁니다. 전기세가 장난이 아니거든요.
가게 냉장고 네 대에, 주방 환풍기 두 대, 거기에 에어컨까지 돌리면 여름 전기요금은 이미 압박이 심합니다. 집까지 22도로 밤새 틀어놓으면 관리비 폭탄 맞는 건 일도 아니죠. 이 논리로 아내를 설득해보려 했지만, 기본적으로 아내의 논리는 "돈보다 잠이 중요하다"는 거였고, 그 앞에서 저는 백전백패입니다. 결국 지금은 제가 무릎담요 하나를 전용으로 꺼내놓고 소파 한쪽에 웅크리고 앉아 있습니다. 7월 중순부터 이 모양이니 8월이 두렵네요.
사실 제가 운영하는 식당도 손님들 온도 민원이 은근히 골칫거리예요. 어떤 분은 너무 덥다고 하고, 옆 테이블에선 에어컨 직방이라 춥다고 메뉴판으로 바람 막고 계시고요. 기본적으로 사람 체감온도라는 건 내 몸이 기준이라서, 누군가에겐 적정이 다른 누군가에겐 지옥인 경우가 많습니다. 이해하셨나요? 그래서 가게는 그냥 25도로 고정해놓고 춥다는 분께는 앞치마를 하나 더 드리거나, 덥다는 분께는 얼음물을 리필해드리는 선에서 타협합니다. 집에서도 그런 타협이 가능하면 좋겠는데, 아내와의 온도 전쟁은 마치 주방에서의 불 조절보다 더 어려운 문제 같아요. 이 싸움, 올해도 무승부로 끝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