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진짜 사람 잡는 더위였죠. 저도 7월까지는 그냥 버티면서 작년에 샀던 티셔츠 돌려입고 그랬는데 8월 들어서 도저히 안 되겠더군요. 출근만 해도 옷이 축축해지니까 아예 얇은 기본티를 몇 장 더 사고 린넨 바지 하나 장만했습니다.
근데 여기서 웃긴 게 뭔지 아세요? 옷값 아꼈다고 생각했는데 가방이랑 팔찌에 돈이 훨씬 더 들어갔어요 ㅋㅋㅋ 확인해 보니 이번 달 카드값 보니까 의류비는 작년 동기 대비 40% 정도 줄었는데 잡화 지출은 거의 2배 가까이 늘었더군요. 분명 기본티 입고 린넨 바지 걸친 단순한 차림인데 왠지 허전하잖아요. 그래서 가방 하나쯤 좀 튀는 걸로 바꿔볼까, 하다가 결국 캔버스 크로스백 하나랑 레더 팔찌, 그리고 선글라스까지... 확인해 보니 이게 다 '옷이 수수하니까 액세서리로 승부 본다'는 무의식적 전략이었네요.
사실 이게 요즘 뉴스에서 말하는 '뉴 미니멀리즘'이라는 소비 패턴이랑 정확히 맞아떨어진다는 걸 뒤늦게 알았어요. 고물가에 폭염까지 겹치니까 사람들이 비싼 브랜드 여름옷에 투자하는 대신 기본에 충실한 옷만 사고, 거기서 생기는 단조로움은 가방이나 주얼리 같은 잡화로 커버한다는 거죠. 가치소비라고 포장하긴 하는데 솔직히 저는 그냥 돈이 없어서 자연스럽게 적응된 케이스에 가까워서 좀 씁쓸하기도 하고 ㅎㅎ
여기서 질문 하나 드리고 싶은데, 여러분은 이런 식으로 옷 줄이고 잡화 늘리는 패턴 경험해보셨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IT 업계 특성상 어차피 출근복에 큰 신경 안 쓰는 편인데도 올해는 확실히 다르더군요. 예를 들어 회의 있을 때 예전엔 좀 괜찮은 셔츠 하나 걸치면 끝이었는데, 요즘은 그냥 무지 티셔츠에 시계나 팔찌 같은 걸로 포인트 주는 식으로 바뀌었어요. 근데 이게 은근히 계산이 안 서는 게, 잡화라는 것들이 초기 지출은 적어 보여도 자꾸 사 모으다 보면 어느새 예전 의류비 총액을 살짝 넘겨버린다는 점이 함정이더군요. 제 경우도 8월 한 달 동안 기본티 3장에 린넨 바지 하나 해서 15만원 정도 썼는데, 가방 하나에 팔찌 두 개 선글라스 하나 추가했더니 어느새 총액 35만원... 확인해 보니 전년 8월 의류비 28만원보다 오히려 더 나갔네요? ㅋㅋㅋ 아...
또 하나 재미있는 건 이 더위가 길어지면서 '여름 옷'의 정의 자체가 바뀌었다는 점이에요. 예전 같으면 7월 말부터 가을 신상 슬쩍 구경했는데 올해는 9월 중순인 지금도 아직 폭염 경보 뜨니까 여름 옷만 계속 입고 있네요. 그래서 린넨 소재가 이렇게 오래 입을 줄 몰랐다는 생각도 들고, 차라리 좀 더 비싼 걸 살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살짝 있고.
다들 어떻게 대처하고 계세요? 저처럼 기본템 줄이고 액세서리 늘리는 쪽으로 가는지, 아니면 아예 여름 패션 자체를 포기하고 기능성 쿨링 의류로 도배하는지 궁금하네요. 특히 예산 배분 비율이 궁금한데, 의류와 잡화의 적정 비율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저는 이번에 4:6 정도로 잡화가 더 많아졌는데 이게 과연 '가치소비'인지 '충동구매의 세련된 변명'인지 스스로 판단이 안 서서... 의견 좀 부탁드립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