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에 동네 마트 갔는데 닭가슴살 코너가 텅 비어 있더라고요. 평소에도 건강 챙기는 분들이 많이 찾는 건 알았지만, 그 정도로 없을 줄은 몰라서 깜짝 놀랐거든요. 계산하면서 직원분께 슬쩍 물어봤더니, 요즘 ‘위고비 대신’이라며 닭가슴살이랑 그릭요거트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하시더라고요. 처음엔 그게 무슨 소리인가 싶었는데, 집에 와서 찾아보니 글쎄 GLP-1이라는 비만 치료제 성분을 식품으로 흉내 내는 식단이 유행하고 있다고 하잖아요.
아시다시피 저는 웬만한 유행 음식은 일단 의심부터 하고 보는 성격이거든요. 특히 방송에서 누가 ‘이거 먹고 쪘어요’ 하면서 며칠 만에 몇 킬로 뺐다는 소개 나오면, 저건 또 무슨 일시적인 유행인가 싶어서 오히려 경계하게 되더라고요. 그런데 이번엔 좀 다르게 보였던 게, 이 고단백 식단이라는 게 결국 우리가 예전부터 알던 기본 중의 기본 아니에요. 포만감을 오래 유지하려면 단백질을 충분히 먹어라, 탄수화물을 무작정 끊지 말고 질 좋은 걸 조절해서 먹어라. 이거 사실 20년 전에도 들었고 10년 전에도 들었던 이야기거든요.
제가 신혼 때만 해도 다이어트 식단 하면 대표적인 게 닭가슴살이었는데, 그때는 정말 맛없게 먹었던 기억이 나요. 물에 삶아서 뻑뻑한 가슴살 찢어 먹고, 그러다 며칠 못 가서 포기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인지 수비드 제품도 많고, 실온 보관 되는 훈제 닭가슴살도 맛있게 잘 나오더라고요. 그릭요거트도 예전엔 대형마트에 한두 종류밖에 없었는데, 이제는 플레인부터 시작해서 당도 조절한 것까지 종류가 엄청나요. 요즘 다이어터들은 맛없으면 시작도 안 한다는 걸 업계도 아는 모양이에요.
제가 이걸 좀 자세히 들여다보게 된 게, 작은아이가 여드름 때문에 피부과 갔을 때였거든요. 의사 선생님이 하는 말이, 혈당 스파이크를 줄이는 게 피부에도 좋고 체중 관리에도 도움 된다면서 식단 일지를 써보라고 하시더라고요. 그때 고단백 위주로 식사 구성을 바꾸면서 제가 직접 요리를 좀 연구하게 됐어요. 아시다시피 저는 반찬가게 사장님이 레시피 물어볼 정도로 이것저것 만들어 보는 성격이라, 닭가슴살도 그냥 구워 먹는 게 아니라 양념을 다양하게 해서 시도해 봤거든요. 간장 양파즙에 재워서 굽거나, 그릭요거트에 카레가루 살짝 넣고 버무려서 하룻밤 숙성시키면 잡내도 안 나고 꽤 먹을 만해요.
그런데 이게 ‘천연 위고비’라고 불리는 걸 보면서 좀 씁쓸한 마음도 들더라고요. 약 이름 갖다 붙이는 게 사람들 관심 끌기엔 좋겠지만, 정작 본질은 약이 아니라 그냥 올바른 식습관이잖아요. 우리 몸이 원래 그런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자극적인 음식에 길들여지다 보니 그걸 잊고 사는 거고, 결국 다시 기본으로 돌아가는 건데 꼭 유행처럼 소비되는 느낌이랄까요. 더구나 위고비 같은 치료제는 의사 처방이 필요한 전문 의약품인데, 그걸 음식으로 대체할 수 있다는 뉘앙스로 이야기하는 건 좀 위험할 수도 있겠다 싶어요. 실제로 당뇨 환자분들이 쓰는 약이고, 단순 다이어트 목적으론 부작용 이야기도 많다고 들었거든요.
제가 직접 해보면서 느낀 건, 닭가슴살이나 그릭요거트로 포만감을 유지하는 건 분명히 효과가 있습니다. 특히 아침에 탄수화물 대신 그릭요거트에 견과류 넣어 먹으면 점심때까지 허기가 덜 해요. 저처럼 나이 들수록 기초대사량 떨어져서 조금만 방심해도 살이 붙는 몸에는 이 방식이 잘 맞더라고요. 그런데 이걸 마치 마법의 해결책처럼 포장하는 건 좀 아니라고 봐요. 닭가슴살만 먹는다고 살이 빠지는 게 아니라, 전체적인 칼로리 조절과 꾸준함이 뒷받침되어야 하는 건 변함없거든요. 또 사람에 따라 신장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단백질 과잉 섭취도 조심해야 하고요.
어제도 마트에 장 보러 갔는데 평소보다 닭가슴살이랑 그릭요거트 진열대 앞에 사람들이 더 많은 것 같았습니다. 한창 운동하는 젊은 남성분들만 찾는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40~50대 주부님들도 카트에 여러 팩씩 담고 가시더라고요. 저도 오늘은 염지닭가슴살 한 팩이랑 플레인 그릭요거트 큰 통을 집어왔습니다. 이걸로 주말에 아이들 간식으로 요거트볼도 만들고, 제 점심용으로 샐러드도 만들어 둘 생각이에요. 조미료에 지나치게 의존하지 않고, 재료 본연의 맛을 살리는 조리법이 결국은 가장 오래가는 방법이 아닌가 싶거든요. 유행 타는 것 자체가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유행이 지나도 내 몸에 남는 건 꾸준한 습관 하나라는 걸 잊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