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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일상

저수지 옆으로 난 흙길을 40분 걷다 보면

#산책#동네#소소한행복
느린우체통

2026-06-22 14:23:39.092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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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저녁에 날씨가 너무 좋길래 평소 다니던 아파트 단지 코스 말고 좀 다른 길로 가보자 해서 집에서 반대 방향으로 걸었음 학교 끝나고 집에 와서 책 읽으려다가 허리가 아파서 나간 산책이었는데 결과적으로 ㄹㅇ 잘한 선택이었음

우리 동네가 좀 특이하게 택지지구 바로 옆에 소류지라고 하나 작은 저수지가 하나 있거든 근데 거기까지 걸어간 적은 거의 없었음 평소에는 그냥 근처 공원 한 바퀴 돌고 오는 게 일상이라 어제는 왠지 모르게 계속 걷고 싶더라고 시험기간 끝나서 애들 스트레스 받는 거 받아주느라 나도 은근 쌓였나봄 ㅋㅋㅋ

저수지 가는 길에 포장도로 끝나고 흙길이 나오는데 거기부터 분위기가 확 달라짐 갑자기 공기가 좀 서늘해지면서 풀 냄새가 확 올라오더라 도시에서는 잘 맡을 수 없는 그 습하고 푸릇한 냄새 사람도 거의 없고 그냥 저수지에 낚시하는 아저씨 한 분이랑 나랑 둘뿐

근데 진짜 놀란 건 저수지 끝 쪽에 작은 둑방길 같은 게 나오는데 거기 올라가니까 탁 트인 풍경이 나오더라고 우리 동네가 이렇게 예뻤나 싶을 정도로 이미 해는 거의 지고 있었는데 노을이 저수지에 반사돼서 물이 거의 분홍색으로 보이는 거임 휴대폰 카메라로는 절대 그 색감이 안 담겨서 그냥 눈에 담고 있었음 ㄹㅇ

거기 벤치도 하나 있길래 잠깐 앉았는데 그 순간만큼은 진짜 내년 재계약 걱정 같은 게 싹 사라지더라 그냥 바람 소리랑 물 냄새랑 노을 색깔만 남는 그런 느낌 내가 평소에 러닝할 때는 기록에 신경 쓰느라 주변을 잘 못 봤는데 걷는 건 또 다르더라고

근데 단점도 말하자면 벌레가 좀 많음 ㅋㅋㅋㅋ 특히 저녁 7시쯤 되니까 날파리인지 뭔지 엄청 꼬임 방충망 쓴 것도 아니고 그냥 맨얼굴로 갔더니 입 한 번 벌렸다가 큰일 날 뻔 그리고 가로등이 거의 없어서 어두워지면 위험할 거 같음 여자 혼자 가기엔 늦은 시간은 비추임

그래도 그 40분짜리 흙길 하나로 기분이 이렇게 좋아질 줄 몰랐음 당분간은 일주일에 한 번씩은 그 길로 걸을 거 같음 혹시 우리 동네 사람들 중에 이런 길 더 아는 사람 있으면 제보 좀 ㅋㅋㅋ 요즘 진짜 소소한 산책코스 찾는 게 낙이야 산책할 때 오디오북 들으면 더 좋지 않을까 싶었는데 나는 그냥 자연 소리만 듣는 것도 ㄱㅊ은 거 같음 책은 집에서 읽자

마무리 어케 지어야 될지 모르겠네 그냥 오늘도 학교 끝나고 또 갈까 고민 중임 비 안 오면 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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