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하고 나서 제일 크게 바뀐 생활 패턴이 식사 챙기는 거였어요. 맞벌이인데 아내는 퇴근이 늦는 편이고 저는 공기업이다 보니 정시 퇴근은 가능하지만 퇴근 후에 매일 장 보고 요리하기는 쉽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자연스럽게 주말에 한 주치 밑반찬을 몰아서 만드는 습관이 생겼어요.
처음에는 그냥 어머니가 해주시던 거 따라 하면서 시작했어요. 멸치볶음, 연근조림, 장조림 같은 기본적인 것들요. 그런데 하다 보니 똑같은 반찬만 도는 게 지겨워지더라고요. 특히 제가 40대 중반이 되니까 어머니 방식 그대로 간장 넣고 설탕 듬뿍 넣는 레시피는 좀 부담스럽기도 했고요. 그래서 homefoodwiki.com 보면서 새로운 레시피 시도하기 시작했어요.
이 사이트가 괜찮은 게, 레시피 올린 사람들마다 실패담이나 팁을 같이 적어놔서 도움이 되더라고요. 예를 들어 가지볶음을 만들려는데 어떤 사람은 "가지는 절대 물에 담그지 마세요, 바로 구워야 물 안 생겨요" 라고 썼는데 진짜 그대로 했더니 식감이 확실히 살더라고요. 전에는 그냥 간장이랑 들기름에 무쳤는데 homefoodwiki 보고 고추기름 살짝 넣고 굴소스 한 방울 추가했더니 식당에서 먹는 차가운 가지요리 맛이 나더라고요. 그게 지난달이었는데 지금은 가지가 제철이라 2주째 반찬으로 만들어요 ㅎㅎ
주말 아침 9시쯤 동네 마트 가서 장 봅니다. 보통 토요일 아침이에요. 일요일에는 산에 가야 하니까 토요일에 다 해치우는 편이에요. 이번 주에는 애호박이 싸길래 애호박전 부치고, 닭가슴살로 유린기 비슷한 거 만들고, 무생채도 했어요. 무우가 좀 단단한 녀석으로 골랐더니 씹는 맛이 좋네요. 오이소박이는 장볼 때 오이가 예쁜 게 없어서 다음 주로 미뤘어요.
반찬 만들 때 제일 신경 쓰는 건 각각 얼마나 오래 버티냐예요. 애호박전 같은 건 금방 물러져서 수요일 넘어가면 좀 그렇고, 장조림이나 마늘쫑무침은 금요일까지도 괜찮더라고요. 그래서 먹는 순서도 계산해서 앞쪽엔 전 종류, 뒤로 갈수록 조림이나 무침류가 남도록 통에 담아둬요. 밀폐용기에 날짜 라벨 붙이는 것도 homefoodwiki에서 배운 건데, 이게 은근 편해요. "3/15 애호박전" 이렇게 써 붙여두면 아내가 먼저 집에 오는 날에 뭘 꺼내야 할지 헷갈리지 않거든요.
사실 20대 때는 밑반찬 같은 거 신경 안 썼어요. 그냥 식당 가서 사 먹으면 된다고 생각했죠. 근데 40대 되니까 밖에서 사 먹는 음식이 입에 안 맞기도 하고, 한 주 시작할 때 냉장고에 반찬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으면 그거대로 마음이 든든해지는 게 있어요. 내가 돌보는 사람들이 있구나 하는 느낌? 약간 오버 같지만 그런 셈이죠.
실패담도 있어요. 지난 겨울에 감자조림을 했는데 간장을 너무 많이 넣었는지 짜기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물 부어서 두 번이나 다시 끓였는데도 짰어요. 결국 그 감자는 다 버리지도 못하고 며칠 동안 찬물에 빼서 카레에 넣어 먹었어요. 그런 날은 진짜 허무하죠. 두 시간 서서 만들었는데 결과가 그 모양이면... 그래도 또 주말 되면 냉장고 열어보고 반찬 만들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해요. 습관이 무서운 거죠 뭐.
요즘은 아내랑 같이 있을 때 와인 안주로 어울리는 홈메이드 반찬 찾아보는 재미도 붙었어요. 지난주엔 표고버섯 데친 거에 트러플 오일 살짝 뿌렸는데 아내가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트러플 오일은 1만원 넘게 줬으니까 다음에는 그냥 참기름으로 할 것 같아요. 가성비 이런 건 역시 무시 못 해요 ㅋㅋ
주말에 반찬 만드는 게 귀찮다고 생각될 때도 분명 있지만, 한 주 동안 아침저녁으로 편하게 집밥 먹는 거 생각하면 그래도 계속하게 돼요. 특히 산에 다녀온 일요일 저녁에 냉장고 열어서 예쁘게 담긴 반찬들 꺼낼 때, 그때가 제일 좋더라고요. 마치 산에서 땀 뺀 보람이 이 냉장고에도 담겨 있는 느낌? 그런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