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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일상

시댁에서 반찬 타령 들은 제 이야기입니다

김과장

2026-06-26 02:28:21.763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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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과장입니다. 오늘 점심시간에 인터넷 기사 하나 보고 커피잔 내려놓고 한참 멍하니 있었습니다. 워킹맘인 아내가 남편 육아휴직 기간에 반찬 해달라는 소리에 시댁까지 가세했다는 사연이더군요. 이거 읽는데 제 작년 겨울이 떠올라서 도저히 그냥 넘길 수 없었습니다.

우리 집도 제가 복직하고 두 달쯤 됐을 때, 남편이 육아휴직 들어갔습니다. 저는 아침 6시 반에 나서 출근하고 저녁 7시 반 넘어 들어오는 스케줄이었고요. 돌 전 아기 예방접종까지 겹쳐서 남편이 집에 있는 게 낫겠다, 서로 합의한 결정이었습니다. 참고로 저희 부부는 연봉 차이 거의 없고 대기업-중견 차이만 있는 수준이었고요. 육아휴직 급여 감안해도 제가 계속 일하는 쪽이 낫다는 판단이었습니다.

그런데 휴직 일주일째부터 남편 태도가 묘해지더군요. 애기 낮잠 재우는 사이에 저녁 반찬 좀 해두라는 겁니다. 처음에는 "그래 알겠다" 했죠. 그런데 이틀에 한 번이 매일이 되고, 반찬 수도 늘더라고요. 국 하나, 고기반찬 하나, 나물 하나, 생채소 하나. 네 가지 기본 구성에 김치 빼면 안 된다는 겁니다. 제가 화요일 저녁에 피곤해서 두부부침이랑 시금치무침만 하고 냉동실 고등어 구웠더니, 수요일 카톡으로 "엄마가 반찬 먹을 게 없다고 걱정하신다" 사진까지 찍어 보냈습니다.

그때 제가 무슨 말을 했냐면, "당신 지금 집에 있으면서 내가 퇴근하고 반찬까지 하길 바라는 거냐" 물었습니다. 남편 대답이 가관이었어요. 자기는 애 보느라 손을 못 뗀다는 겁니다. 낮잠은 40분 자고 깨고, 이유식 준비에 청소까지 하면 하루가 순삭이라, 집에 있다고 시간이 남는 게 아니라고요. 그 말 자체는 이해합니다. 저도 산후조리 끝나고 혼자 육아할 때 그랬으니까요. 근데 그 논리면 내가 그 고생을 8개월 했을 때 왜 아무도 반찬 안 해줬는지 묻고 싶더라고요.

결정타는 어느 주말 시어머니 전화였습니다. "OO야, 너는 회사 가니까 애 아빠한테 미안한 마음이라도 있어야지. 집에 있는 것도 쉬는 거 아니더라. 그래도 밥은 제때 챙겨줘야 하는 거 아니냐." 저 그 전화 받고 울었습니다. 진짜로 울었어요. 제가 통화 끝나고 남편한테 "내 월급에서 식비 나가는 거 알지? 내 월급에서 애 기저귀 값 나가는 것도 알지? 니 엄마 용돈도 지난달에 우리 통장에서 나갔고. 근데 이제 밥까지 내가 해야 가족이냐" 그랬더니 그제야 입 다물더군요.

부부 상담도 다녀왔습니다. 거기서 상담사분이 한 말이 아직도 기억납니다. "육아휴직은 말 그대로 육아를 위한 휴직이지, 본인 편의를 위한 휴가가 아닙니다." 그 문장 듣는데 속이 다 시원하면서도, 그걸 전문가한테 돈 내고 들어야 했던 내 인생이 서글펐습니다.

지금은 많이 달라졌습니다. 남편이 분유 타는 것부터 기저귀 갈기, 이유식 큐브 얼리기까지 다 제 몫으로 인식하고요. 반찬은 일주일에 두 번 정도는 아예 밀키트나 반조리 식품 돌립니다. 맛이 깊은 건 포기했지만 적어도 제가 죽어 나가진 않습니다.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가사분담은 감정적인 설득이 아니라 구체적인 리스트와 시간 계산으로 접근해야 말이 통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저는 엑셀로 주간 업무량 비교표 만들어서 남편 앞에 프린트해놓고 얘기했습니다. 이게 제일 빨랐어요.

기사 속 그 부부는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그 글 읽는 내내 작년 겨울 부엌에서 펑펑 울던 제 모습이 떠올라서 마음이 좋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마지막에 덧붙이자면, 지금 저희 남편은 동네 정비소 사장님보다 제 차 상태를 더 잘 압니다. 작년에 제가 바빠서 타이어 공기압 점검 못 했더니 본인이 직접 체크해서 주유소 가서 넣어두더군요. 사람은 바뀝니다. 단, 혼자 바뀌진 않더라고요. 말해야 바뀝니다. 목청껏 말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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