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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잡곡밥 비율 보고 어머님 생각났네요… 현실은 이게 쉽지가 않더라고요

서연맘

2026-07-10 07:36:07.566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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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뉴스 보는데 농촌진흥청에서 당뇨·고혈압 잡는 잡곡밥 황금비율을 발표했다는 기사가 올라왔더라고요. 귀리랑 수수, 팥 같은 걸 질환별로 최적 비율로 섞으면 혈당 조절이랑 혈압 관리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라면서요.

읽으면서 '아, 우리 어머님 이거 보시면 바로 통곡물 사러 가시겠네' 싶었어요. 실제로 저희 친정엄마가 5년 전에 당뇨 판정 받으시고 나서 잡곡밥에 진심이신 분이거든요. 처음에는 저도 같이 먹으면서 건강해지는 거 아니냐고 좋아했는데, 솔직히 지금은 좀 지쳐요.

일단 밥 짓는 게 노동이에요. 쌀은 대충 씻어서 안치면 되는데, 잡곡은 하루 전부터 불려야 하는 것도 있고 따로 삶아야 하는 것도 있고요. 팥 같은 건 안 삶고 넣으면 배탈 난다고 동의보감까지 찾아보셨어요. 어머님은 귀리랑 현미, 조, 수수를 종류별로 항아리에 담아서 보관하시는데, 저는 솔직히 그거 버리는 날도 많아요. 직장 다니면서 아침에 일어나서 뭐 불리고 삶고 할 시간이 어디 있나요. 차라리 저녁에 백미 밥 하고 반 공기 덜 먹는 게 훨씬 현실적이라는 생각입니다.

게다가 농진청이 발표한 비율대로 하려면 저울도 있어야 하고, 잡곡을 진짜 여러 종류 사야 돼요. 요즘 마트 가면 귀리 한 봉지, 수수 한 봉지, 팥 따로, 조 따로… 이렇게 사다 보면 처음에는 몇천 원이라지만 종류 다섯 개만 넘어가도 3만 원은 그냥 넘더라고요. 보관도 문제예요. 저희 집 냉동실은 벌써 엄마가 각종 콩이랑 팥 넣어놓은 통으로 반 칸을 차지하고 있고요. 신혼 때 산 김치냉장고가 잡곡창고가 된 느낌이에요. 이런 거 생각하면 그냥 약 먹고 식단은 절제하는 게 낫지 않나 싶을 때도 있고요.

제일 짜증 나는 건 밥맛이 오락가락한다는 거예요. 비율 맞춰서 해도 수분 조절 실패하면 현미는 딱딱해지고, 조는 퍼지고, 팥은 껍질만 남아서 질감이 완전 따로 놀아요. 우리 딸도 처음에는 '할머니 밥 맛있어요' 하다가 요즘은 슬금슬금 흰쌀밥 찾아요. 애 아침에 먹이려고 잡곡밥에 계란후라이 올려줬더니, 고사리 같은 손으로 콩만 골라내고 밥은 남겼어요. 제 한숨 소리에 남편은 "그냥 흰밥 해주지 왜 힘들게 사서 고생이냐" 이러고요. 네, 맞아요. 힘들게 사서 고생 맞습니다.

근데 또 완전히 포기하기도 애매해요. 어머님은 실제로 당화혈색소 수치가 잡곡밥 드시고 나서 확실히 안정되셨거든요. 병원 선생님도 식이섬유 섭취가 중요하다고 매번 강조하시고요. 그러면 맞춰드려야 하는 게 자식 도리인 것 같아서 또 주말마다 잡곡 소분하고 라벨 붙이고 있어요.

그래도 농진청이 비율을 정확히 제시해줘서 다행인 건, 적어도 이제 '야매'로 하는 것보단 낫겠다 싶어요. 귀리랑 팥을 몇 대 몇으로 섞으라니까, 이번 주말에 그 비율 그대로 한 번 시험 삼아 해볼까 해요. 만약에 밥알이 잘 퍼지고 맛도 괜찮으면 어머님께 제대로 전수해드리려고요. 실패하면… 냉동실에 잡곡밥 소분해서 얼려놓은 거나 또 꺼내먹어야죠 뭐. 어차피 처리할 사람은 저니까요.

여러분도 집에서 잡곡밥 하실 거면 솔직히 첫 주는 그냥 2인분만 해보세요. 저처럼 대용량으로 질러놓고 후회하지 마시고요. 그리고 밥솥에 잡곡 모드 없는 분들은 차라리 백미에 귀리 조금 섞는 것부터 시작하는 걸 추천합니다. 저는 갑자기 현미 5분도, 팥, 수수, 조 다 섞었다가 냄비 밥 하듯이 씹혀서 식구들한테 원망 들었어요. 건강 챙기려다 가정불화 생깁니다. 정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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