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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실
일상

향수라고는 차량용 방향제만 알던 사람이었습니다

#향수#입문#근황
김과장

2026-07-19 08:06:56.539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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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이맘때만 해도 저한테 향수는 그냥 남의 이야기였습니다. 자동차 정비나 캠핑 장비 손보는 데는 시간을 쏟아도, 정작 제 몸에 뭘 뿌리는지는 관심이 없었거든요. 면도 후 스킨로션 바르는 게 데일리 루틴의 전부였으니까요.

그러다 지난달에 거래처 미팅이 잡혔는데, 회의실에 들어서자마자 상대쪽 과장님한테서 은은하게 풍기는 냄새가 신경 쓰이더군요. 향이 강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없는 듯하지도 않은. 그날 따라 뭔가 계속 의식이 돼서 집에 와서도 한참 생각했습니다. 이게 무슨 향일까 궁금한 건지, 아니면 저도 저런 게 갖고 싶은 건지.

며칠 후 용기 내서 올리브영 매장에 갔습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지나쳤을 시향 코너에서 10분쯤 서성이다가, 직원분께 "남자 향수 처음인데 뭐가 좋습니까" 하고 물었습니다. 직원분이 친절하게 몇 가지 설명해주셨는데, 듣다 보니 이게 자동차 오일 점도나 엔진 출력 같은 수치랑은 완전히 다른 세계더군요. 탑 노트, 미들 노트 같은 용어도 그날 처음 알았습니다. 결국 제일 무난하다는 걸 하나 샀는데, 집에 와서 팔목에 한 번 뿌려보고는 '내가 이걸 왜 샀나' 싶을 정도로 어색했습니다.

그래도 산 김에 며칠 써봤습니다. 처음에는 출근할 때마다 이게 너무 튀는 건 아닌지 신경 쓰였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제 몸에서 나는 냄새가 아니라 '옷에 밴 세탁 냄새'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아침에 향수를 안 뿌리면 뭔가 허전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정비할 때 토크렌치 없으면 손이 허전한 느낌이랑 비슷합니다.

그렇게 한 달 정도 지나니까, 이번에는 향 자체가 궁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쓰는 제품 말고 다른 건 어떤 느낌일지. 그래서 인터넷을 좀 찾아보다가 우연히 향록이라는 사이트를 알게 됐습니다. 향수 리뷰나 시향 후기 같은 게 정리돼 있더군요. 요즘은 퇴근 후에 소파에 누워서 향록 구경하는 게 작은 취미가 됐습니다. 마치 예전에 캠핑 장비 리뷰 보면서 스펙 비교하던 시절처럼, 향료 노트 구성이나 지속 시간 같은 걸 하나하나 읽어보고 있습니다.

아직까지 직접 시향하러 매장에 자주 가거나 여러 병을 모으는 단계는 아닙니다. 아직 한 병 더 사는 것도 망설여지고요. 다만, 예전에는 전혀 몰랐던 세계를 조금씩 들여다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예를 들어 시트러스 계열이니 우디 계열이니 하는 구분도 이제야 조금 이해가 가고, 제가 평소 좋아하던 편백나무 냄새가 사실 프래그런스에서도 중요한 요소로 쓰인다는 걸 알게 됐을 때는 꽤 흥미로웠습니다.

한 가지 확실히 느낀 점은, 향수도 결국 직접 경험해보기 전까지는 모른다는 겁니다. 인터넷 후기만 보고 '이게 좋다더라' 하고 샀다가는 저처럼 첫날에 후회할 수 있습니다. 정비 지침서 안 보고 분해했다가 부품 남는 것과 같은 이치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작은 용량으로 시작해서, 자기 몸에 어떤 향이 맞는지 천천히 확인하는 게 좋겠더군요. 저도 아직 그 과정에 있고요.

혹시 저처럼 향수에 관심 없으셨던 분들 중에, 요즘 들어 문득 '나도 한번 써볼까' 하는 생각이 드신다면, 너무 거창하게 시작하지 않으셔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그냥 매장 한 번 들러서 이것저것 맡아보는 것만으로도 꽤 재미있는 경험이 되니까요.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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