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다시피 요즘 애들 다 키우고 나니, 신랑은 신랑대로 골프고 뭐고 주말이면 나가고 저는 집이 제일 편한 사람이거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그렇다고 드라마만 보고 있자니 눈도 아프고, 뭔가 손은 움직이는데 머리는 비워도 되는 그런 게 간절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오늘은 진짜 '집에서 혼자' 할 수 있는 취미들만 몇 가지 찍어서 얘기해볼까 해요. 조건 같은 걸 좀 붙여보자면, 일단 예산은 초기 비용 5만원 안짝으로 잡았어요. 처음부터 너무 고가 장비 들이면 아시다시피 부담스러워서 금방 접게 되거든요. 그리고 저처럼 손재주가 출중하지 않아도, 마음만 있으면 된다는 걸 전제로 깔고요.
-
밀키트 뛰어넘은 '반찬 숙성' 놀이 이건 요리라기보다 진짜 '숙성 실험'에 가까워요. 아시다시피 제가 장 담그고 그러잖아요, 근데 장보다 훨씬 쉽고 재미있는 게 간장 절임 달걀이나 과일 식초 만들기예요. 특히 장아찌는 실패가 드문 편이거든요. 오이, 양파, 마늘종 같은 거 손질해서 식초:설탕:간장 비율만 맞추면 냉장고에서 쑥쑥 자라는 맛을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예산도 몇 천원이면 충분하고, 용도는 당연히 밥반찬이니까 남는 게 없어요. 단점이라면 냉장고 공간을 제법 차지한다는 점? 이건 진짜 조심하셔야 해요. 저처럼 무턱대고 10리터 김치통 꺼내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1리터 유리병 딱 하나만 사세요 진짜.
-
식물성 가죽(왁스 캔버스) 소품 만들기 바느질 중에 특히 이거는 바느질 잘 못해도 괜찮아요. 밀랍이랑 오일을 천에 먹여서 왁스 캔버스 천을 직접 만드는 건데, 이거 만드는 과정 자체가 중독성이 있거든요. 드라이기로 슈욱 녹여 바르는 그 순간의 변신 말이에요. 이걸로 에코백이나 작은 파우치, 냄비 손잡이 커버 만드는데 진짜 튼튼해요. 제일 큰 장점은, 나만 쓰는 생활용품을 내 취향대로 완전히 다르게 만들 수 있다는 거예요. 시중에서 파는 건 방수 스프레이 처리만 된 게 대부분인데, 직접 천에 밀랍을 먹이면 스크래치 나는 멋이 다르거든요. 단점은 초기 재료비가 조금 있다는 거? 밀랍이랑 호호바 오일, 천값 해서 아마 3-4만원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완성품은 드럼세탁기 돌리면 안 돼요, 이건 진짜 중요하니까 명심하세요.
-
미니어쳐 말고 '실제 크기' 음식 모형 관찰 드로잉 이건 그림 실력 하나도 필요 없어요, 진짜로요. 제가 미술이라고는 중학교 미술시간 이후로 처음인 사람이거든요. 방법은 간단한데, 냉장고에 있는 무 하나 꺼내서 식탁에 딱 올려놓고, 연필로 그냥 선만 따라 그리는 거예요. 명암 넣지 말고, 지우개 쓰지 말고, 그냥 내 눈에 보이는 대로만 그리는 게 규칙입니다. 그러다 보면 무 표면의 잔뿌리 흔적 같은 게 진짜 신기하게 보여요. 제 경험으로는, 대파 한 단 그리는 동안에 잡생각이 진짜 깨끗하게 사라지더라고요. 이거 예산은 0원이에요. 집에 있는 연필이랑 A4 용지면 됩니다. 단점은... 없어요. 굳이 꼽자면, 심심해 보여서 옆에서 신랑이 '뭐하냐'고 물어볼 때 좀 민망한 정도? 근데 그마저도 오히려 집중력 단련에 도움 된다고 생각합니다.
아시다시피 뭐든 처음엔 거창하게 준비하면 지쳐요. 저 세 가지 모두 제가 진짜 주말마다 돌아가면서 하는 건데, 냉장고를 부지런히 비우거나 애꿎은 연습장을 낭비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살림에 보탬이 되는 취미들이라 더 오래가더라고요. 혹시 이 중에 마음 가는 거 있으시면 꼭 작은 사이즈부터 시작하시라는 말씀, 그냥 드리고 싶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