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인터넷에서 엄청 화제인 그 사연 있잖아요. 친정 아버지 장례식 끝나고 온 조의금을 남편이 몰래 가져가서 시어머니 카드값 갚은 이야기요. 저 이거 처음 봤을 때 진짜 핸드폰 들고 한 10초는 멍하니 있었던 것 같아요.
사실 저는 아직 결혼을 안 해서 직접적인 입장은 아니에요. 근데 이 이야기가 유독 마음에 걸리는 게, 저희 어머니가 몇 년 전에 외할머니 장례 치르시고 오셨을 때가 생각나서 그래요. 그때 저도 옆에서 지켜봤는데, 장례식장에서 봉투 정리하시는 어머니 표정이란... 말로 표현하기 진짜 어렵더라고요. 그 돈이 그냥 돈이 아니잖아요. 아버지나 어머니의 마지막을 함께 슬퍼해준 사람들의 마음이고, 고인이 평생 쌓아온 관계의 무게 같은 게 느껴진다고 해야 하나.
그래서 이 사연 속 아내분이 느꼈을 감정이 저는 진짜 말로 다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상실감과 배신감이 동시에 밀려왔을 거 아니에요. 부모님을 떠나보내는 슬픔도 아직 가시지 않았을 텐데, 그 슬픔에 기대어 위로를 보내준 사람들의 마음까지 누군가에게 빼앗긴 기분이었을 것 같아요. 게다가 그게 평생을 함께할 거라고 믿었던 남편이었다는 게... 진짜 소름 돋아요.
그런데 저는 이걸 보면서 '조의금의 주인이 누구인가' 라는 문제가 참 복잡하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생활 법률적으로 봤을 때 조의금은 상주에게 가는 위로금이라는 게 일반적인 해석이래요. 그러니까 고인의 배우자나 직계 가족에게 귀속된다는 거죠. 이 사연에서는 아내분이 친정아버지의 상주였을 거 아니에요. 그럼 법적으로도 그 돈은 아내분의 몫이라는 게 맞는 거고요.
근데 현실에서는 이게 그렇게 칼로 두부 자르듯이 안 되는 게, 결혼이라는 제도 안에 들어오면 모든 게 좀 모호해지는 면이 있잖아요. 살다 보면 친정 쪽 경조사에 남편이 같이 가서 도와주고, 시댁 쪽 일에도 며느리가 가서 일하는 게 보통이니까요. 그래서인지 댓글 반응들을 보니까 '우리 집도 시댁에 조의금 다 갖다 줬다' 라는 분들도 계시더라고요. 저는 그걸 보고 또 한 번 깜짝 놀랐어요.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는 분위기가 아직도 있다는 게요.
저 개인적인 생각을 좀 솔직하게 말해보자면요. 남편분이 아내 몰래 그 돈에 손을 댔다는 것 자체가 이미 이 관계는 끝났다는 신호인 것 같아요. 만약에 정말 급한 상황이었다면 아내분과 상의를 했어야 하는 거 아니에요? '당장 어머니 카드값이 너무 급한데, 미안하지만 잠시 빌려쓰고 갚을게' 이렇게라도요. 그런데 몰래 가져갔다는 건, 애초에 그걸 같이 결정할 수 있는 사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는 거잖아요. 아니면 자신의 필요가 아내의 상실감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거나요. 어느 쪽이든 진짜 끔찍한 일이에요.
그리고 솔직히 시어머니 카드값이요. 그게 물론 어떤 종류의 긴한 빚인지는 모르겠지만, 장례를 치르고 온 며느리의 조의금까지 가져다가 갚아야 할 급박한 사정이었다면, 평소에 그 집의 경제관념이 어땠을지도 좀 의심스러워요. 저는 디자인 일을 하면서도 느끼는 건데, 돈이라는 게 숫자 같아 보여도 사실은 그 사람의 생활 패턴과 가치관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거거든요. 그런데 이건 뭐 거의... 가치관의 실종 수준 아닌가 싶어요.
이 이야기가 인터넷에서 이렇게 크게 화제가 된다는 것 자체가, 우리 사회에 아직도 이런 문제로 고민하고 상처받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방증인 것 같아서 좀 안타까웠어요. 저처럼 미혼인 친구랑 얘기하다 보면 '결혼이 뭐 이렇게까지 무서운 거야?' 싶은 순간도 있고요. 물론 모든 가정이 다 이런 건 아니겠죠. 그래도 이런 사연 하나하나가 누군가에게는 현실이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앞으로 피해야 할 길을 알려주는 이정표가 되기도 하는 것 같아요.
며칠 전에 대청소하다가 몇 년 묵은 사진첩을 봤어요.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젊으셨을 때 찍은 흑백사진이 있었는데, 그때 어머니가 해주셨던 말이 떠오르더라고요. '엄마는 이제 저 세상에 가셨지만, 이 사진 속의 엄마는 영원히 나와 함께 있는 거야' 라고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그냥 뭉클하다고만 생각했는데, 이 사연을 보고 나니까 문득 그 '함께 있음'을 누군가가 돈으로 환산해서 빼앗아간다면 얼마나 잔인한 일일까...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오늘은 좀 무거운 얘기가 됐네요. 다들 각자의 가족 이야기에 생각이 많아지는 밤이실 것 같아요. 저도 덕분에 평소에는 안 하던 생각을 길게 해봤네요. 여러분은 이 이야기 어떻게 보셨어요? 조의금, 정말 누구의 것이라고 생각하시는지 궁금하기도 하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