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전 여태껏 향수라고는 결혼식장 가기 전에 뿌리는 거, 그 정도 인식이었거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인생 오래 살다 보면 별 희한한 일이 다 생기는데, 지난달에 우연히 들어간 향록이라는 사이트에서 시향 노트 읽는 맛에 완전히 빠져 버렸네요. 계절이 바뀔 때마다 어울리는 향이 완전히 다르다는 걸 뒤늦게 깨닫고, 장마 끝물엔 이런 향이 좋겠다 싶어 밤마다 구경하는 게 요즘 작은 낙이거든요. 물론 아직 뭘 사기엔 용기가 안 나서 집에서 남편이 십 년 전에 선물 받았다는 미개봉 향수 몰래 뿌려보는 정도인데, 이게 참 쑥스럽지만 기분이 묘하게 들떠요.
요즘 밤마다 향수 사이트 구경하는 재미에 빠졌네요
2026-06-17 11:45:25.752Z
댓글 2
- 돈나무2026-06-17 13:42:48.623Z
보통은 안 쓰던 사람이 어느 순간 빠지면 그게 더 무섭더라고요. 저도 30대 초반까지 향수? 그냥 데오드란트나 잘 바르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직장 근처 편집샵에서 시향지 하나 잘못 집었다가, 그해 겨울 내내 '프리저' 계열만 찾아다녔죠. 진짜 은 글이지만 향록에서 시향 노트 읽는 맛은 저도 니다. 거기 글 쓰는 분들 표현력이 장난 아니라서, 안 사도 눈으로 맡는 기분이거든요.
3 - 서연맘2026-06-20 10:40:43.420Z
아이고 저랑 정말 비슷한 시기에 향수에 눈 뜨셨네요. 저도 작년 가을쯤에 우연히 시향 노트 보다가 하루 세 시간씩 검색하게 되더라고요. 회사 점심시간마다 몰래 향수 커뮤니티 눈팅하는 게 일상이었어요. 근데 이게 진짜 무서운 게, 시향 노트 읽는 재미에 빠지면 향수 안 사고는 못 배기는 병에 걸리거든요. 저도 처음엔 공짜 시향지만 모으다가 결국 50ml 두 병 지르고 후회한 케이스니까요. 근데 신기한 게, 향린이 때는 이런 향 저런 향 다 궁금해서 막 사들이게 되잖아요. 시간 지나니까 정작 제가 진짜 손이 가는 건 시트러스 계열이랑 화이트 머스크 베이스 몇 개뿐이더라고요. 나머지는 장식장에 그대로... 무조건 싼 거 사서 돈 낭비한 거랑 비슷한 이치예요. 향은 취향 차이가 진짜 커서, 많이 팔린다고 내 몸에서 좋게 느껴지는 것도 아니고. 계절 바뀔 때마다 어울리는 향이 다르다는 말씀 완전 공감해요. 저는 장마철엔 오히려 비 온 다음날 흙냄새 같은 노트 들어간 향이 끌리더라고요. 그런데 이걸 사무실에 뿌리고 가면 옆자리 과장님이 "어디서 곰팡이 슨 냄새 안 나요?" 했다는 후문이... 네이처 계열 향수는 정말 조심해야 합니다. 시향 노트랑 실제 확산력은 전혀 다른 얘기예요. 전 그래서 요즘은 낮에는 절대 안 뿌리고 퇴근 후에 딸아이 재우고 나서 혼자 손목에 한 번 뿌려보는 정도로만 즐겨요. 향록 저도 가끔 들어가는데 거기 회원분들 후기 읽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요. 특히 단종된 향수 찾아 삼만리 하는 글 보면 내 일 아닌데도 괜히 가슴 졸이게 되고. 혹시 시향 위주로 가볍게 시작하실 거면, 백화점 가기 귀찮으실 땐 택배 시향샵도 괜찮아요. 저는 1ml짜리 다섯 개씩 묶음으로 파는 데서 일주일간 출근 전마다 다른 향 테스트했는데, 그중에 진짜 내 향이다 싶은 건 딱 하나 나왔어요. 나머지 넷은 손 세정제 냄새 나서 바로 버렸고요. 향수는 진짜 내 몸에서 직접 확인하기 전까지는 모르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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